
공정거래위원회가 IT서비스 업계에서 반복돼 온 하도급 계약서 지연 발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은 협력사들과 계약서를 늦게 작성하고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DB아이엔씨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DB아이엔씨(DB INC)가 하도급 거래에서 서면계약서 발급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1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DB아이엔씨는 DB그룹 계열 IT서비스 기업으로 금융 등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시스템 구축과 통합 IT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회사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2년6개월 동안 394개 수급사업자에게 정보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등 용역 652건을 맡기면서 계약서를 늦게 발급했다. 일부 계약서는 용역 수행이 시작된 뒤 최소 1일에서 최대 58일까지 지난 뒤 발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 대금과 지급 방식 등 계약 내용을 명시한 서면계약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약 내용을 사전에 명확히 해 분쟁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특히 DB아이엔씨와 거래한 수급사업자의 약 85.4%가 계약서 지연 발급으로 영향을 받은 점과 위반 행위가 장기간 이어진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용역 결과물에 대한 검사 결과 통지도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월부터 2024년 5월까지 6개 수급사업자가 수행한 개발용역 6건에 대해 결과물을 받은 뒤 최소 18일에서 최대 26일이 지나서야 검사 결과를 통지했다. 현행법에서는 목적물을 받은 뒤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알려야 한다.
하도급 대금 지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DB아이엔씨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8월까지 45개 수급사업자에게 맡긴 72건의 용역에 대해 목적물 수령 후 60일이 지난 뒤 대금 1억9500만원을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72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검사 결과 통지 지연은 전체 검사 대상 129건 가운데 6건으로 비중이 4.6%에 그친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했다. 대금 지연이자 미지급 행위도 자진 시정한 점을 반영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진 계약서 지연 발급 행태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에서 수급사업자의 지위를 더욱 열악하게 하거나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서면발급 의무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정보통신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