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조향장치가 장착된 농기계가 농업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장비는 단순한 기계부품이 아니라, 농지 좌표, 작업경로, 장비의 실시간 위치 등 민감한 위치기반 데이터를 수집·전송·분석하는, 위치정보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다. 최근 전북지역 보조금사업에서 자율주행 조향장치 지원기준이 완화되며 데이터 보안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위치정보법은 위치정보의 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안전한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률이다. 위치정보사업의 등록, 위치정보주체의 사전동의, 위치정보 보유 제한, 즉시 통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을 요구한다. 특히 개인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위치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더 민감한 정보로 평가된다.
위치정보법 체계에서, 자율주행 농기계를 통해 농지 좌표, 작업 동선, 장비 위치가 수집되고 서버에서 처리한 뒤 다시 장비에 반영한다면, 이는 위치정보의 수집·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농기계 위치를 통해 특정 농업인의 위치가 식별될 수 있다면 개인위치정보를 다루는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사업자는 등록·신고, 사전동의, 보호조치 등 위치정보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문제는 위치정보법에 따른 의무가 국내 사업자에게는 엄격히 적용된 반면, 국내 실체가 약한 일부 해외사업자 대상으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위치정보사업자는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법을 준수하며, 매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옛 방송통신위원회)의 정기 실태점검에도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음에도, 일부 해외사업자가 규제를 회피해 저가 장비를 공급하고,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에서도 법망의 회피를 용인한다면 이는 역차별이자 공정경쟁 훼손이다.
이 상황은 세 가지 위험을 낳는다. 첫째, 농업인 보호 문제다. 위치정보와 작업패턴은 개인의 활동영역뿐만 아니라 생산규모, 토지 이용형태, 작업시간대 등 민감한 경영정보까지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정보가 해외로 상시 전송되는 구조에서 국내 통제·감독이 미흡하면, 위치정보 유출 등이 발생하는 경우 실효적 구제가 어려워진다. 둘째, 데이터 주권 문제다. 농지분포, 재배패턴, 작업효율 등은 농업정책과 식량안보, 농기계 산업 전략에 활용될 수 있는 전략적 정보에 가깝다. 체계적 관리 없이 국외에 축적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셋째, 공정경쟁 문제다. 법 준수를 위해 인력·비용을 투입하는 국내 기업과, 법 적용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저가로 공급하는 해외 기업이 동일한 보조금 사업에서 경쟁하는 구도는 공정경쟁 원칙에 반한다. 이는 성실한 사업자의 시장 퇴출과 기술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이용자와 국가경제 전체에 손해를 초래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 도입이 아니라, 국내외 사업자를 막론하고 기존 위치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집행력을 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전담 인력·조직 확충을 통한 미등록·미신고 사업자 실태조사, 관리·감독 강화 및 조치방안 마련 △ 지자체 보조금 지침에 공급업체의 등록·신고 여부 및 보호조치 이행 여부 확인·증빙 의무 명시 △ 성실히 준수해 온 사업자에 대한 행정부담 완화 및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준법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 실효성 확보는 보호무역이 아니라, 국내외 기업에 동일 규범을 적용하되 집행수단을 보완해 실효성을 높이려는 흐름과 일치한다. 위치정보법 역시 예외일 수 없으며, 준법 사업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이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당국과 입법부의 책무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농업 혁신에 필수지만, 기술이 법과 규범을 우회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지자체 보조금 사례를 계기로 미등록·미신고 사업자의 위치정보법 이행 체계를 점검하고, 공정하고 안전한 디지털 농업 생태계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
조용혁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 joy@klr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