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업계와 정책 전문가들이 게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재정당국은 현행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의 중복 가능성,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한 '세제 지원을 통한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정책 토론회'이 개최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게임 산업을 콘텐츠 수출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조세지원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 센터장은 “2024년 게임 수출은 약 85억달러로 콘텐츠 전체 수출의 64%를 차지하는 대표 수출 산업”이라며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가 도입되면 향후 5년간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제작 투자가 유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콘진원 분석에 따르면 세액공제 도입 시 5년간 부가가치 유발액 1조5000억원, 생산 유발액 2조3000억원, 고용 증가 1만6000명 수준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비용편익비(B/C)는 1.26으로 세수 감소분보다 사회적 편익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게임 산업을 기존 제조업과 같은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종성 법무법인 율촌 조세대응팀장은 “게임은 가장 체험적인 문화콘텐츠”라며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 발전에 영감을 주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세액공제의 본질은 결국 인건비와 고용에 대한 지원”이라며 “청년 고용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게임업계는 보다 직접적으로 절박함을 호소했다. 황욱 네오위즈 CFO는 “이제 게임사의 경쟁 상대는 다른 게임사만이 아니라 유튜브, OTT, 웹툰, 음악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라며 “다른 문화콘텐츠는 세제 혜택이 확대되고 있는데 게임만 상대적으로 소외돼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 CFO는 글로벌 경쟁 환경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엔 일본, 미국, 유럽 게임사와 경쟁했다면 이제는 중국 게임사까지 고품질 PC·콘솔 시장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유럽의 중소 게임사는 세제 혜택과 지원 제도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이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다음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국내 중소 개발사는 '이번에 안 되면 끝'이라는 두려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 특유의 고위험 구조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황 CFO는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백억원이 들고 개발 기간도 3~4년씩 걸리는데, 중간에 프로젝트가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시장에서 더 큰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판이 조세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는 “게임 개발은 중단하면 공장처럼 남는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간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 사실상 '0'이 되는 산업”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작은 회사나 개인 개발사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안전망이 거의 없다”며 “세액공제든 다른 제도든 최소한의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현행 지원제도를 먼저 짚으며 즉각적인 제도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현재도 게임 산업은 R&D 세액공제, 통합투자세액공제,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등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며 “특히 게임은 기술 개발 비중이 높아 다른 콘텐츠 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R&D 세액공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영상이나 웹툰은 R&D 인정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 제작비 세액공제를 추가 도입한 측면이 있다”며 “게임은 제작비와 R&D 비용 구분이 쉽지 않고 동일 비용에 대해 중복 공제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액공제는 국가가 특정 산업 비용 일부를 직접 보전해주는 예외적 제도인 만큼 필요성과 효과,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현행 R&D 세액공제만으로는 업계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조사 결과 게임업계에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실제로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약 2% 수준에 그쳤다”며 “신기술 개발 외 지속 개발·업데이트 성격의 작업은 인정받기 어렵고, 연구소의 물리적 분리 등 요건도 중소 게임사에는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예산 지원보다 세액공제가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 예산 사업은 행정비용과 각종 조건이 붙지만 세액공제는 별도 사업비 소모 없이 기업이 실제 제작에 투입한 비용을 바로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게임사가 시장에서 통할 작품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정부가 방향을 정해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기반한 세제 지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