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판결 계기…음원시장 '매절 계약'도 재검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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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고(故) 이우영 작가의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을 계기로 콘텐츠 산업에 뿌리 깊게 남아 있던 '매절 계약'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이 매절 계약이 곧 저작권 양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잇달아 내리면서, 만화뿐 아니라 음악 산업에서도 권리 이전 관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절 계약은 창작물의 대가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계약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한 번의 지급으로 창작물에 관한 모든 권리를 넘기는 계약'으로 받아들여왔다.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도 이같은 매절 계약 해석을 둘러싸고 촉발됐다. 출판사 측은 계약을 근거로 캐릭터 저작권의 귀속을 주장했고 원작자는 저작권 침해라고 맞서며 7년 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해당 분쟁은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종결됐다. 대법원은 출판사 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이 원작자들에게 있다는 하급심 판단을 최종 확정했다.

매절 계약은 만화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 산업 역시 오랫동안 매절 계약을 '일괄 지급을 전제로 한 권리 일체 이전'으로 해석해온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내린 매절과 관련한 또다른 판결은 이같은 인식을 뒤집는 계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리듬게임에 사용된 음원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에서 '매절'이라는 표현은 대금 지급 방식일 분 저작재산권 전체의 양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저작권은 저작자에게 유보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계약서에 '저작권을 제외한 권리'만 이전하기로 명시돼 있었다면 저작권 양도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매절 계약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창작자 권리 보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작권법 제54조에 따른 등록 제도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저작권 양도나 신탁 등 권리 변동 사실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창작자의 상당수는 월 수만 원 수준의 저작권 수익을 얻고 있는데, 저작물 등록 비용은 곡당 8만 원 안팎에 이른다. 한 달 수익보다 등록 비용이 더 큰 셈이다. 해외 저작권자 역시 복잡한 절차와 제도 인지 부족으로 등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위원회에 등록된 음악저작물 누적 건수는 같은 기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음악저작물의 약 0.3% 수준에 그친다.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보호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매절 계약 관행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라면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소송을 통해서만 확인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 저작물을 신탁하는 것만으로도 제3자 대항력이 인정되도록 하거나, 현행 등록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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