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국민 아이디어로 기업이 성장하는 세상 만들 것 ”

Photo Image
김용선 지식재산처장대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대담=김정희 전국부장

미·중 갈등으로 초래된 기술패권주의 속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을 두고 표준과 공급망을 선점해 국가 경제·안보를 좌우하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식재산의 가치는 더욱 높다. 정부도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시켰다.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세워진 것이다. 한국은 세계 5대 지식재산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질적 성장을 이룰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로 고품질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거래와 사업화가 이어져 수익을 창출, R&D 재투자로 연계하는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란 숙제도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이 초대 처장으로 취임했다. 김 처장은 취임과 함께 우리 경제의 '진짜 성장'을 이끌기 위한 새로운 행정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지식재산 생태계를 정부 산업 기술정책과 연계하고 개방적으로 재편해 국가 지식재산 전략이 경제정책의 단단한 한 축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처장 취임 100일을 맞아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지식재산처의 역할과 앞으로 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지식재산처 출범 의미와 소회는.

▲지식기반 경제사회로 갈수록 기업 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 중 무형자산 비중이 1975년 17%에서 2020년 90%로 급증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 보호무역 등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한 것은 지식재산을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국민주권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초대 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식재산이 '대한민국 대도약'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최고 지식재산 책임자로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만들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지식재산처는 이름 그대로 '지식'과 '재산'이 함께 있는 곳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식재산으로 보호하고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특허청이 심사·심판을 통해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식재산처는 이에 더해 법·제도 개선을 통한 지식재산 보호, 수익화, 사업화 등 지식재산 활용까지 업무범위를 확대했다.

아이디어와 지식을 대한민국의 든든한 자산으로 만들어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경제혁신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도 지식재산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식재산처는 범정부 차원의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 그동안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지식재산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 국가 전체 차원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취임 100일 성과를 꼽는다면.

▲부임 이후 조직 내·외부와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의욕을 갖고,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이 기간 지식재산 정책의 총괄·조정 부처라는 위상에 맞게 조직 역할을 정립하고, 일하는 방식과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주요 성과로 전 국민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경제혁신에 참여하고 사회 발전도 이뤄낼 수 있도록 풀뿌리 국가혁신 프로젝트 '모두의 아이디어'를 본격 가동했다.

또 글로벌 기술패권시대에 우리 기업이 신속하게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심사대기기간을 특허 14.7개월 상표 11.9개월 등으로 단축했고, 기업의 특허획득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특허법조약(PLT) 가입 절차도 개시했다. PLT 가입이 완료되면 국어·영어 외 모든 언어로 특허출원이 가능해지고 인감증명서 없이 자필서명으로 공증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지식재산 보호를 위해서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K-푸드·뷰티·패션 등 위조상품 차단과 함께 해외 지식재산 침해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UAE와 중국과 정상회담 계기에 '지식재산 보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리 기업의 K-브랜드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적극 추진했다.

Photo Image
김용선 지식재산처장대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지식재산처의 향후 정책 방향은.

▲그동안 노력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창업·성장, 지방·균형, 심사·심판, 공정·상생, 경제안보 등 5대 정책방향에 따라 세부 정책 사업을 추진하겠다. 국민과 초기 기업이 각자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창업으로 성장의 날개를 달 수 있도록 지식재산 권리화, 제품·사업화, 투자자금 조달 등 창업·성장 3종 솔루션을 제공하겠다.

또 국민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와 지식재산 거래·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이디어 보호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 지역 특성과 이야기가 담긴 지역 대표 K-브랜드 100개를 발굴하고 육성해 K-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이를 지역민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계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5극3특 권역별로 지역에서도 지식재산 거래·사업화·금융을 원스톱으로 제공받도록 '지식재산 종합지원센터'도 구축할 것이다.

관계 부처와 협의해 특허·상표 심사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AI 기술을 적용한 심사시스템을 구축해 특허-상표 대기기간을 2029년까지 특허 10개월, 상표 6개월로 단축하겠다. 지식재산법률지원단도 신설해 지식재산 분쟁 해결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청년·스타트업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행정조사, 수사, 분쟁조정 등 신속·저비용으로 분쟁 해결을 지원하겠다. 침해 피해기업이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등에도 한국형 증거개시제도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술유출 사건 전담 수사조직을 마련하고 수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기술경찰 수사범위도 국가 핵심기술 해외유출 사건(산업기술보호법 위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특허·K-브랜드 분쟁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 업종별 협·단체 등과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주요국과 공조 등 외교적인 협력도 강화하겠다.

-국민 대상 '모두의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추진 배경과 참여 방법은.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마르지 않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아이디어들이 실제 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두의 아이디어 프로젝트는 국민의 번뜩이는 일상 속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창업이나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연결돼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풀뿌리 국가혁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생활 속 불편 또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 사항, 새로운 아이디어 등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4월 15일까지 모두의 아이디어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다.

실제 참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첫째는 자유공모로 말 그대로 주제 제한이 없고 생활 속 불편, 정책 개선,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어떤 아이디어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둘째는 지정공모로 기업과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제시한 과제에 국민이 해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총상금 규모가 7억8000만원으로 전체 1등에게 최대 1억원의 상금을 준다. 우수 참여자 1만명에게도 3만원 상당의 참여 상금이 제공되니 '내 아이디어가 되겠어?'라고 주저하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우수 아이디어는 제안자와 전문가, 정부가 힘을 합쳐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그 내용과 방법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는 창업, 제품·서비스,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범부처가 협업해 다양한 지원 수단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수 아이디어는 전문가 컨설팅, 법률자문, 기술검증, 시작품 제작 등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고도화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할 계획이며, 이후 관계 부처 협업을 통해 사업화, R&D, 창업지원 등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할 것이다. 제도개선 관련 아이디어는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법제화도 추진하겠다.

-K-브랜드를 겨냥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데 규모는.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약 4670억달러이며, 우리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조상품 규모도 약 97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도 약 61억달러(약 7조원) 손실을 보았고, 제조업 일자리 1만3855개가 감소했다. 정부세수 손실은 15억7000만달러(1조8000억원)으로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적발된 위조상품 판매 게시 글 건수도 총 21만 건으로 2024년과 비교할 때 약 10% 증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K-팝 굿즈 등 캐릭터·생활용품이 9만 900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화장품(3만6000건), 의류(3만9000건) 분야 등에서도 위조상품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불닭볶음면과 같은 K-푸드, 연예 기획사 등 K-팝 굿즈, 패션기업의 로고가 포함된 티셔츠 등 K-패션, 기능성 화장품 같은 K-뷰티 등 전 분야에 망라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조상품은 개별기업에는 경제적 피해를 주는 한편,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호감도와 국격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분쟁대응국을 신설했다. 해외에서 K-한류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은.

▲지식재산처는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식재산 제도는 속지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진출기업이 현지에서 기술,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지식재산처는 우리기업이 해외현지에서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2025년 62억원을 투입해 2587건의 해외 출원을 지원했고, 올해 이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짝퉁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해 해외 115개국 1650개 온라인플랫폼에서 유통 중인 위조상품의 판매 게시 글을 적발해 삭제했고, 위조상품 제작 자체가 어렵게 위조방지기술을 우리 기업이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분쟁이 발생한 경우 행정단속, 민·형사 소송 등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워 대응하도록 컨설팅하고 있다.

8개국 10개 해외 지식재산 센터를 통해 총 40개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안내 및 상담, 초동대응 지원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올해 1월 UAE와 중국과 정상회담 계기에 '지식재산 보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리 기업의 K-브랜드 보호를 위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과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기술 유출이 이슈다. 이를 막는 방안은.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적발건수가 105건이며, 피해 규모는 2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유출은 한 기업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하락하고 성장 잠재력도 약화할 수 있다.

나아가 핵심 산업의 위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숙련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 국가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술 유출은 국가·경제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과 유출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재산처는 지식재산 총괄 기능과 기술전문성을 가진 기술안보 컨트롤타워로 2024년 4월 방첩기관으로 지정돼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기술전문성과 수사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 기술수사 전문 조직 기술특별사법경찰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유출 대응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력, 업무 범위 확대, 시스템 개편 등 정부 차원에서 함께 노력 중이다.

약 6억3000만건의 특허정보를 활용해 첨단기술 유출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고, 1200여명의 심사·심판관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관계 부처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제공하는 기술 감정도 적극 실시하겠다. 기술유출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 등에 기술 보호 컨설팅과 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5월부터 영업비밀 해외유출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관련 제도도 개선해 나가겠다.

Photo Image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왼쪽)과 김정희 전국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대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iprkhan@korea.kr

1967년생이다. 전주 전라고등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후, 워싱턴대 법학 석·박사(지식재산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제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약 30년간 특허청(現 지식재산처)에서 국제협력과장, 대변인, 산업재산정책국장, 차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지식재산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올해 11월에 지식재산처의 초대 처장으로 임명되어 정부의 '최고 지식재산 책임자(CIPO)'로서 기술혁신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식재산 기반의 R&D 혁신, 지식재산 거래 활성화, 기술탈취 방지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