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탈북민 25명 대상 심층 인터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시 최대 공개처형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4일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을 탈출한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별 심층 인터뷰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중 11명은 2019~2020년 북한을 탈출했으며, 대부분이 탈출 당시 15~25세였다.
북한은 2020년 한국 콘텐츠를 '인민의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는 썩은 사상'으로 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법에 따라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시청하거나 소지한 경우 5~15년의 강제노동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대량'의 콘텐츠를 유포하거나 집단 시청을 조직한 경우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북한을 탈출한 김준식(가명·28세) 씨는 북한에서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다 적발됐으나, 가족 연줄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고등학생들이 잡히면 가족이 돈이 있는 경우 그냥 경고만 받는다”며, “우리는 연줄이 있어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 최수빈(가명·39세) 씨도 이 같은 실상을 전했다. 최 씨는 “사람들은 같은 행위로 잡혀도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려고 돈을 모으기 위해 집을 판다”고 전했다.
뇌물 액수는 미화로 5000달러에서 1만달러 수준이다. 북한 가정에서 몇 년 치 소득에 해당하며, 최부유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감당하기 어렵다.
뇌물과 연줄이 없는 이들은 처참한 인권 탄압을 받았다. 김 씨는 동생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 3명이 201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소에서 수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는 공개처형을 당하기도 했다. 최 씨는 2017년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외국매체를 유포한 주민이 공개 처형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당국은 우리를 세뇌하고 교육하기 위해 사람들을 처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함경북도에서 '오징어 게임'을 배포한 혐의로 처형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당시 처형된 주민이 북한 내에서 '오징어 게임'을 USB, SD카드 등에 담아 유통했다고 보도했다.
공개 처형의 목적은 '사상 교육'이다. 2019년에 탈출한 김은주(가명·40세) 씨는 “우리가 16~17세, 중학생이었을 때 당국이 우리를 처형장으로 데려가 모두 보게 했다”며, “사람들은 한국 매체를 시청하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형됐고, 이는 '네가 보면 너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사상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사라 브룩스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부국장은 “이 증언은 북한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법(dystopian laws)'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다만,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그마저도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범죄화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당국자들이 이익을 챙기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는 억압에 부패가 덧씌워진 구조로, 그 피해는 재력과 연줄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