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초단기 공급 계약과 사후정산 방식 계약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AI·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증설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물량 부족에 따른 공급사 협상력 강화 구도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90~9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계약가격도 같은 기간 55~6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최대 40%·27%포인트(P) 상향 조정된 수치다.
품목별로는 PC용 D램이 전분기 대비 100% 이상 상승해 분기 상승 폭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엔터프라이즈 SSD 가격 역시 53~58% 급등이 예측됐다. 서버 D램과 저전력 D램인 LPDDR은 약 9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시장 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도 1분기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메모리 열풍이 D램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한정된 투자 자원을 D램 설비 확충에 우선 배분한 점이 낸드 공급 부담을 키우면서다.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수요 급증과 공급 '시차'가 동시에 지목된다. AI 학습·추론 인프라 확대로 메모리 소요가 커지지만,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캐파) 증설 계획을 내놓더라도 실제 생산량 확대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까지 낸드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고, 초단기 계약 요구와 사후정산 방식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가격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구매자는 장기 고정가보다 짧은 계약으로 위험을 줄이려 하고, 공급자는 시장 가격을 계약에 더 빠르게 반영할 유인이 커지면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졌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3월 글로벌 고객 및 채널 파트너에게 전체 메모리·스토리지 제품에 대해 약 10% 수준의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한 바 있다.
새해 들어서는 샌디스크가 1분기 SSD 가격을 전 분기 대비 100%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거론됐다. 삼성전자도 1분기 D램 가격을 최대 70%가량 인상한 데 이어, 낸드 공급 가격도 10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공급능력 확대가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수요 증가세 둔화에 따른 재고 수준과 가격 변동성이 안정될 경우 초단기·사후정산 계약은 일부 분기·반기 단위로 정상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