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6명 중 1명, 성추행 당했다”…도쿄 지하철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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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트램(노면전차) 노선에서 하루 동안 '남성 전용' 트램을 운영하가도 했다. 사진=트위터 Xstain_7

일본 도쿄 지하철과 역사를 이용하는 남성 가운데 약 6명 중 1명이 성추행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중교통 내 성추행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도쿄도가 실시한 대중교통 이용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남성 응답자의 15.1%가 지하철이나 역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54.3%는 대중교통 이용 중 성추행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련 대책은 주로 여성 보호를 중심으로 마련돼 왔다. 그러나 남성 피해 비율 역시 적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혼잡한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이 특정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치칸'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성추행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츠쿠바대 하라다 다카유키 교수는 “15%라는 수치는 예상보다 높다”며 “과거 정부 조사에서는 남성 피해율이 대체로 5% 수준이었고, 10%를 넘은 적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도쿄도가 2023년부터 대중교통 내 성폭력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진행 중인 조사 사업의 최신 결과다. 이전 조사에서는 여성 약 20%, 남성은 10% 미만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녀 모두 피해 비율이 크게 상승한 점이 특징이다.

하라다 교수는 피해율 증가 배경으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신고 장벽 완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일본 사회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피해를 드러내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 대형 연예기획사 쟈니스 사무소의 창립자가 수십 년간 남성 연습생들을 성착취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남성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라다 교수는 과거 남성 피해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로 수치심과 불신에 대한 두려움을 들었다. 그는 “많은 남성과 소년들이 피해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거나 오히려 조롱당할 것을 우려했다”며 “피해 자체를 개인의 약함이나 실패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피해 역시 장기적인 정신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철 이용을 기피하게 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계심이 직장과 학업,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중교통 성추행 대응 정책이 여성 보호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남성 피해자가 지원 체계에서 소외돼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피해 유형과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보다 포괄적인 예방·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의 44.1%는 가해자가 남성이었다고 답했고, 42.5%는 여성이 가해자였다고 응답했다. 다만 하라다 교수는 임상 경험상 가해자의 다수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가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한 문제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라다 교수는 공공장소에서의 일탈적 성적 행동, 스트레스 해소, 음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에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인원은 2254명이며, 이 가운데 1321명은 전철이나 역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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