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시흥·부천 잇는 ‘AI 파운드리’ 전략 공개...5년 단위 통합 로드맵 제시
“스타트업의 무기는 ‘혁신과 속도’...공공은 마중물 역할에 집중할 것”

경기도가 오는 2029년까지 피지컬(Physical) AI 생태계 조성에만 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AI 투자 로드맵을 가동한다. 흩어져 있던 도내 AI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이른바 '경기형 AI 파운드리' 전략을 통해 판교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6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판교 1조클럽 미래성장 파트너십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인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예정보다 열흘 앞당겨 개최됐으며, 최영식 판교1조클럽협회장(쉬프트정보통신 대표)을 비롯해 회원사 대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가 맡았다.
이날 경기도가 공개한 'AI 파운드리 전략'은 AI 클러스터, 컴퓨팅 자원, 인재, 규제 혁신 등을 5년 단위의 통합 프로젝트로 묶는 것이 골자다. CES 2026의 핵심 트렌드였던 '파운드리(연결 플랫폼)' 개념을 행정에 도입, 혁신가와 기업, 투자자가 기술을 공동 실험하고 사업화하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도는 구체적인 중장기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우선 로봇과 AI가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에 2026년 30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500억원(예상)을 투입한다. 현재 1곳인 피지컬 AI 랩(Lab)을 2029년까지 10곳으로 확대해 제조·물류·재난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한 판교를 중심으로 한 '경기 AI 혁신클러스터' 구축에도 2029년까지 165억원을 투자한다. 판교(AI허브), 시흥(바이오), 부천(로봇), 의정부(제조), 하남(AI서비스) 등 거점별 특화 산업을 '3+3 혁신 클러스터'로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공공분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AI 챌린지 프로그램'에 2029년까지 92억원을 배정했다.

김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예산 수치보다는 '생태계(Ecosystem)'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중국의 로봇 기업을 방문했을 때 기술 수준은 우리가 뒤지지 않으나 시장 규모(Market Size)에서 차이가 남을 절감했다”면서 “글로벌 AI 허브로 가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결국 생태계 조성”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이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인재를 기르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기업이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생태계 내 역할 분담에 대한 명확한 철학도 내비쳤다. 김 지사는 “대기업이 플랫폼과 글로벌 확장의 앵커 역할을 한다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핵심 무기는 '혁신과 속도(Innovation & Speed)'”라고 정의했다. 이어 “공공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고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단기적인 보조금 지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구조적 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지사는 격식을 파괴한 소통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자료가 너무 딱딱하다”며 즉석 좌담회를 제안한 김 지사는 최영식 협회장이 김 지사의 모친 이야기를 꺼내자, 고교 시절 취업 합격 소식에 어머니가 춤을 췄던 일화를 소개하며 장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특히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건넨 조언이 화제가 됐다. 김 지사는 “매출이나 고용 압박, 혹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의무감보다는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Do what you want)을 즐기며 혁신해 달라”며 “즐기면서 성공하면 고용과 사회 기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해 기업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판교 1조클럽은 경기도 내 매출 1조원 기업 육성과 스타트업 발굴을 목적으로 2019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김 지사는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이자 혁신의 심장”이라며 “기업이 뛰면 경기도가 함께 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기형 AI 파운드리'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희 기자 jha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