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강요받는 선택'에서 '선택받는 파트너'로:K-AI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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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지난해 연말 필자는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중 수교 이후 매년 이어져 온 정례적 교류의 일환으로, 이번 방문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 기반의 공공 거버넌스 혁신'이었다. 양국 전문가들이 모여 행정의 미래를 논하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촌을 비롯해 베이징 로봇 산업단지, 그리고 중국의 첨단 기술을 견인하는 주요 대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AI 굴기를 수없이 접해왔으나,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딥러닝 기반의 현대적 AI의 태동이 약 13년 전임을 상기한다면, 이번 방문은 사실상 중국 AI 발전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현장 검증'이나 다름없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이 쌓아 올린 기술의 성벽은 필자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중국의 AI 생태계는 단순히 '기술력' 수준을 넘어, 이미 사회 시스템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공공 거버넌스부터 산업 현장 구석구석까지 깊숙이 침투한 AI의 정교함과 방대한 규모는 경이로움을 넘어 서늘한 공포마저 느끼게 했다. 거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흐르며 도시의 의사결정을 돕고,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보조하는 모습은 더 이상 미래의 풍경이 아닌 그들의 '오늘'이었다.

현재 글로벌 AI 지형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냉혹한 패권 전쟁의 장이다. 미국은 강력한 액션플랜을 통해 미국 중심의 신(新)패권주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중국은 자국 기술 체계를 중심으로 한 개방형 글로벌 AI 생태계를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다. 기술이 곧 안보이자 국력인 시대, 양국은 자신들만의 '표준'에 세상을 맞추려 한다.

이 거대한 고래 싸움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선택은 강요가 되지만, 실력을 갖춘 자에게 선택은 전략이 된다. 결국 해답은 명확하다. 우리 스스로의 힘, 즉 '독자적인 AI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일방적인 줄서기를 강요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오직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에서 나온다. 우리가 독보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강대국들이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강요받는 선택'에서 '선택받는 파트너'로의 전환,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만의 특화된 공공 거버넌스 모델,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하이엔드 AI 솔루션, 그리고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윤리적 AI 표준 등 'K-AI'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틈새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 날 만찬에서 중국 측 인사가 던진 질문이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중국에 와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과 혁신적인 로봇 기술을 보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필자는 가벼운 미소로 답했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돌덩이 같은 책임감이 내려앉았다. 필자가 느꼈던 이 충격과 고민이, '불필요한 기우'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이 기우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바로 우리의 AI 전략을 재점검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야 할 때다.

김동환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포티투마루 대표 crisp@42Mar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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