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재수생, 엔(N)수생으로 통칭되는 대학 입시 재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재수하면 성공할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재수를 하면 안 되는 유형', '효과적인 재수 방법'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다양한 의문과 논쟁이 존재한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활용하는 전형의 선발 비율이 증가로 인해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대학 입시에 재도전하는, 이른바 '수시 반수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년 새롭게 치러야 하는 수능 시험과 달리 학생부의 서술이나 석차 등급, 성취도 등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비록 수시만을 위한 재도전이라 할지라도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는 대학을 목표로 하여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은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수능 준비의 중요도가 결코 낮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재도전을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부족했던 수능 학습을 보완하여 일정한 결과물을 내려하기 때문에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입 전략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일까?

물론 어떤 강의를 듣고, 어느 공간에서 공부하고,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와 같은 방법론이 중요하고, 많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전제와 구체적 실천이 있다. 가장 근원적이고도 일차적인 전제는 “나는 실패했는가?”에 답하는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나는 실패했다”이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면서 재도전을 시작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이 인정을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를 '할 수 없음'과 동의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실패를 인정하면 해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실패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패'는 '성공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한 방법을 통해 실패했기 때문에 남은 방법의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실패의 인정'이 재도전의 첫걸음이다.
이 전제가 성립되고 나면 구체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패한 길을 버리고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실패한 길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까지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 실패한 길을 들여다보는 것은 비참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것이어서 쉽지 않다. 그런 감정적인 것뿐 아니라, 실패한 길을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막막함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길을 찾기 위해 지난 수능 준비 과정을 일정한 시간으로 나눠, 예를 들면 월별로 나누어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1월에는 어떤 공부를 했고, 시간 관리는 어떠했으며, 생활 태도는 어떠했는지를 떠올려 정리하고, 2월에는, 3월에는 이런 식으로 계속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록만이 구체적인 대안을 만든다. 또한 평가를 최대한 삼가고 사실만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하기 시작하면 정리를 이어 나가기 어렵다. 생각이 많아져 방향을 잃기 쉽고, 아쉬움이나 패배감에 사실을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능 직전까지 꼼꼼하게 정리한 뒤 평가해도 늦지 않다.
정리가 끝났으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방법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방법을 분류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방법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상상해 보고 정리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도전할 때 해야 할 구체적인 학습법이나 들어야 할 강의, 지켜야 할 생활의 원칙 등을 알게 된다. 이러한 필요가 생겨야만 제대로 된 재도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민과 질문은 '필요'가 아닌 '당위' 혹은 '어쩔 수 없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구체성과 실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에듀 교육평가연구소장 winter9m@etoos.com
◆김병진 소장은 강남하이퍼학원 진학정보실장을 역임했으며, 2009~2010년 tvN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에서 책임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16~2017년에는 TBS '상담 받고 대학가자'에 출연했다. 학부모 입시교실과 입시설명회 강연, 교사·강사 대상 교육 활동을 다수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