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임계점입니다. 새해에도 전기요금 인하가 없다면 기업들에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같습니다.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인 상황에서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국내 한 대형 석유화학업체 관계자의 목소리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소위 요즘 잘나가는 업계에서는 수 백에서 천 퍼센트대에 달하는 성과급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새해에도 여전히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곳이 석유화학 업계다.
석유화학 산업은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장치 산업 특성상 전기요금이 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지난해 상반기 179원으로, 중국(127원)과 격차가 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105원) 보다 70% 넘게 오른 상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증하기 전엔 석유화학 산업 생산원가에서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를 넘어설 정도로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생산원가는 톤당 970~98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생산원가(930~940달러)가 보다 40~50달러 정도 높다.
이렇기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이 가능토록 정부에 전기요금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 야간·경부하 전기요금 인하, 가격 구조 복원 등 어떤 형식으로든 생산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전기요금만 조금 내리면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새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예고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맞춰져 석유화학 업계의 기대치는 낮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이 남아도는 주말과 평일 낮 시간대 요금은 대폭 낮추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평일 밤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형태로, 24시간 공장을 돌려야하는 석유화학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졸라매며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온다. 새해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라는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공장 폐쇄나 사업 철수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까지 돈다. 현재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선제적 사업재편이 시작되기도 전에 석유화학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4년만에 ㎾h 당 100원 이하로 내려간 상황이다. 정부가 결심만 한다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줄 여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MP가 90원대인데 수 년 째 적자인 석유화학 업체들에 계속 도매가격의 두 배를 내고 전기를 사용하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다.
정부는 석유화학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영해 전향적인 전기요금 인하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지금은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달린 시기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