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알, 한 단계 진보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로 새로운 가치 창출

폐배터리 재활용 부산물에서 가치 창출
내년부터 연 300톤 규모 양산시설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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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에스알 대표가 실제 폐배터리에서 나온 혼합동과 여기에서 추출한 MHP, 리튬용액, 구리 견본을 소개했다.

2025년 경남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 선정 기업 에스알(대표 정해성)이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금속 추출 기술을 앞세워 지속 가능한 자원 회수 기업으로 도약한다.

세계적으로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배터리 산업도 급변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 급성장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게 양극재다. NCM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인 니켈, 코발트, 망간은 고가 희소금속으로 가격이 비싸고 최근에는 리튬 가격도 급등했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 금속의 함량을 더 높여야 하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환경적 측면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기계적으로 파쇄해 플라스틱, 구리, 알루미늄 등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다. 이렇게 얻어진 '블랙 파우더'는 양극 및 음극 활물질이 다량 섞여 있어 별도의 공정을 거치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폐배터리 시장에서 블랙 파우더는 이미 귀한 몸으로 재활용 업계에서도 수급이 어려울 정도다.

블랙 파우더를 만들고 남은 금속 찌꺼기를 '혼합동'이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구리다. 이 때문에 구리 제련 업체 정도만 혼합동에 관심을 갖고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는 소외당하고 있다.

에스알은 이 혼합동의 가치에 주목했다. 국립창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정해성 대표는 구리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다른 금속 추출이 불가능했던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습식 공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혼합동에는 20%에서 최대 40%까지 구리가 섞여 있는데 에스알의 기술은 구리를 녹이지 않고 양극재만 녹여서 추출해낸다.

혼합동을 습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고 해외에서도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는 게 정 대표 설명이다. 처리 후에는 니켈·코발트·망간 침전물인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와 리튬 용액, 구리를 각각 추출해낼 수 있게 된다.

정 대표는 “배터리에 들어있는 양극재가 100이라면 블랙파우더에는 약 55, 혼합동에는 약 15~20 정도 들어있다고 본다”면서 “양극재 가치가 높다고는 하지만 양극재 추출 후 남은 구리도 현재 산업에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에스알에는 좋은 수익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에스알은 2025년 경남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올해 본격적인 양산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김해 대동산단에 연 300톤 규모로 혼합동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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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2025년 경남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해성 대표(왼쪽 두번째).

경상남도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기술 특화 액셀러레이터 비티비벤처스가 올해 운영한 경남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도약기 스타트업은 실제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주기 성장을 지원헸다.

에스알은 지난 10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투자자와 상담을 진행하며 해외 시장에서 친환경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들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파악했다.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기술인 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 대표는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연구만 하다가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 가동할 양산 시설이 산업 기준으로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우리 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큰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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