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질환부터 심혈관계 질환까지 퇴행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치매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뇌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돼 기억력, 언어 능력, 공간 인지 등 다양한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는 것으로 나타나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 역학조사·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9.25%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는 발병 후 완치가 어렵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역시 큰 부담을 떠안는다. 그렇기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 10일 발간한 '2025 치매 백서'에서도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를 조기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치매 발생률을 낮추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치매 예측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 위험을 조기에 판단하는 한국형 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의학에서도 오랜 전통에 기반한 처방이 뇌 기능 보호와 인지 능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공진단은 사향·녹용·당귀 등 한약재로 구성된 고전적 한약 처방으로, 예로부터 원기를 보강하고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데 사용됐다.
최근엔 연구를 통해 공진단의 신경 보호 효과가 확인되며 치매 예방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공진단이 장수 유전자로 알려진 시트루인1(SIRT1) 발현을 높여,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진단뿐만 아니라 육공단 역시 뇌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육공단은 공진단에 육미지황탕을 더해 만든 처방이다. 노화로 저하되기 쉬운 뇌 기능과 신경 재생 능력을 보완한다.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UC어바인대학은 공동 연구를 통해 뇌 허혈을 유도한 실험용 쥐에게 육공단을 투여한 뒤 수중 미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육공단 투여군의 평균 통과 시간은 10.9초로 허혈 쥐의 20.8초보다 절반 가까이 빨랐다. 정상 쥐(10.4초)와도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단백질 EGR1 단백질 발현도 크게 증가했다.
치매 예방에는 일상적인 생활 습관 관리도 필수다.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 신경세포의 성장과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저염식 식단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밖에 독서, 학습, 퀴즈 등 두뇌를 사용하는 활동은 인지 기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초고령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단, 전문적인 치료를 받더라도 개인의 생활 관리에 소홀하면 안 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적극적인 건강 관리에 나서자.

박경수 평촌자생한의원 대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