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P1 유전자 변이가 AMPAR 이동 차단, 신경가소성 억제
자폐증 치료전략 확장 위한 신경가소성 기전 연구에 중요한 근거 제시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정서·인지질환연구그룹 김주현 박사와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공동연구진이 자폐증(ASD) 환자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뇌 신경세포의 가소성을 억제하는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신경세포는 평소 주변 신경세포들과 신경신호를 지속적으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장기간 신경세포 활동이 억제될 때는 다음에 들어올 신경신호에 더 크게 반응하기 위해 시냅스에 미리 신경신호 수용체를 많이 발현시키는 '시냅틱 업스케일링(synaptic upscaling)'이라는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이는 신경가소성의 한 형태로, 시냅스 활성도가 주변 상황에 맞춰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정상적인 학습과 기억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안 자폐증 환자에서 이러한 시냅틱 업스케일링이 저해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었으나, 그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자폐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유전자 변이(GRIP1-I586L)를 마우스에 도입해 사회성 감소, 강박행동 증가 등 이상 행동 증상을 가진 자폐증 마우스를 제작했다.
특히 이 자폐증 마우스의 대뇌피질 전전두엽 신경세포에서는 시냅틱 업스케일링 신경가소성이 저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이 그 분자적 기작을 분석한 결과, 유전자 변이(GRIP1-I586L)로 인해 신경 신호전달의 핵심 수용체인 'AMPAR'의 GluA2 서브유닛 특정 아미노산(Y876)이 과인산화되어 있고, 이것이 GRIP1과 AMPAR의 결합을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로 인해 시냅스 활성화 시, 변이된 GRIP1 단백질이 AMPAR 수용체의 정상적인 이동을 막아 시냅스 가소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GRIP1 유전자 변이가 신경세포의 가소성을 억제하며 자폐증 병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동교신저자인 한국뇌연구원 김주현 박사는 “자폐증 환자들이 신경가소성 발달이 저해되어 학습과 기억,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유전적 변이로 인한 자폐증의 경우 뇌 신경세포의 정상적 신호전달 과정에서 신경가소성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유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뇌연구원(KBRI) 기관고유사업(25-BR02-02, 25-BR07-01)과 미국 NIH (MH112808, MH128765)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정신의학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몰레큘러 사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