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가 움직이면 마치 하늘에서 비행기가 나는듯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 연구진이 개발했어요.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승준 인공지능(AI)융합학과 교수팀이 차량의 가속·감속 움직임을 활용해 자동차 안에서도 비행기를 타는 듯한 '상하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VR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차량 내 VR 기술은 차량의 위치·가속도 데이터를 그대로 반영해 수평 이동 중심의 체험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 방식은 멀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비행기·잠수함·롤러코스터처럼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력-관성 재지향'이라는 새 기법을 고안했어요. 차량이 가속할 때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 감속할 때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VR 속 상승·하강으로 재해석한 거죠. 사용자가 실제로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마치 급상승·급강하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설계했어요.
예를 들어 차량이 급가속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은 감각이, 급감속하면 아래로 떨어지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했어요. 인간이 중력과 가속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인지심리학적 특성 즉, 조종사나 운전사가 경험하는 '중력 착각 원리'를 응용한 것이죠.

연구팀은 두 단계 실험을 통해 기술의 효과를 검증했어요. 1단계 실험에서는 차량의 실제 가속도를 여러 비율로 변환해 참가자가 가장 사실적으로 느끼는 상하 움직임의 강도를 찾았어요. 그 결과, 이론적 계산치보다 약 두 배 과장된 수직 움직임이 가장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나타났죠.
2단계 실험에서는 실제 도심 주행 중 VR 비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하도록 했어요. 차량의 움직임과 '최적 수직 변환 값'이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참가자들은 높은 몰입감과 즐거움을 경험했고, 멀미 수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걸 확인했어요. 반면, 차량 움직임과 동기화되지 않은 임의의 상하 변환은 불쾌감과 멀미를 유발했죠.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차량 주행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이 가능해 자율주행 시대의 엔터테인먼트·교육·관광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김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량 내 VR이 수평 이동에만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 실제 수직 이동 없이도 비행·상승·하강 등 다차원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에는 엔터테인먼트, 교육·훈련, 테마파크형 체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어 “앞으로 차량의 좌우 기울임까지 반영해 도로 위에서 완전한 비행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VR 경험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정훈 기자 jhcho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