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나노 세계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조종하고 관찰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포스텍은 송창용 물리학과 교수, 통합과정 박은영 씨 연구팀이 빛의 세기를 조절해 나노입자 내부 초고속 에너지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초고속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PAL-XFEL)를 이용해 에너지 전달 과정을 직접 영상으로 포착했으며, 포스텍 화학과 임영옥 박사의 이중온도 분자동역학 시늉내기(시뮬레이션) 협력으로 물리적 해석을 더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현지 기준으로 지난 10일 실렸다.
금속 나노입자에 빛을 쏘면 내부 전자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는 '플라스몬(Plasmon)' 현상이 일어난다. 지금까지는 이 진동이 단순히 빛의 세기에 비례해 커지거나 작아질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같은 금 나노막대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빛의 세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 자체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1000조 분의 1초(펨토초) 엑스선 장치를 활용해 지름 50㎚(나노미터), 길이 145㎚ 크기의 금 나노막대 하나하나에 빛을 쏘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영상화했다. 빛의 세기가 낮을 때는 나노막대의 짧은 방향을 따라 전자가 진동하는 '횡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졌다. 이때 막대는 초당 420억 번(42㎓) 진동하며 옆으로 부풀었다. 에너지는 막대 양 끝에서 중심으로 흘러 들어갔다.

빛의 세기를 높이자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긴 방향을 따라 진동하는 '종방향 플라스몬 모드'가 켜지면서 막대는 초당 516억 번(51.6㎓) 진동하며 길이 방향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내부에는 밀도가 높은 두 덩어리가 생겼다가 다시 합쳐지는 극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핵심은 두 경우 모두 최종 모양은 비슷한 타원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흐른 경로와 내부 응력 분포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빛의 세기가 플라스몬의 진동 방향을 바꾸고, 이것이 에너지 흐름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뿐 아니라 나노막대를 빛에 대해 어떤 각도로 놓느냐에 따라서도 변형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빛의 편광 방향과 막대가 나란할 때 가장 빠르게, 수직일 때 가장 느리게 변형됐다. 빛을 이용한 나노 소자의 에너지 제어, 빛-물질 상호작용 기반 양자 제어, 태양에너지 수확 장치 개발 등에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창용 교수는 “같은 물질에 같은 파장의 빛을 쏘더라도 세기만 바꾸면 나노입자 내부의 에너지 흐름 경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눈으로 확인했다”라며 “나노 크기에서 물질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양자기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