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가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소비 촉진을 위해 도입한 지역화폐 인천e음이 새로운 운영 대행사 선정 과정을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새로운 사업 선정 공고를 낸 가운데 등 새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자칫 카드교체 작업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3일 인천시가 최근 공개한 운영대행사 선정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새로운 운영대행사를 선정할 경우, 카드 이용객 전원이 기존 카드를 폐기하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인천e음이 가입자 약 257만 명, 결제액 20조8,8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지역화폐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자 선정건이 업계와 시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인천시가 공개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기존에는 없던 대행사 카드발급 규정이 포함됐다. 기존 과업서에는 카드 교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올해 공고한 과업서에는 '사업개시일로부터 최장 6개월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 사항은 협상단계에서 신·구 대행사의 (신 대행사 카드발급 역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예정임'이라는 문구가 실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기존 대행사를 바꾸기 위한 문구”라며 “이는 기존 이용자 256만명이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실제 이는 타 지자체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기존 경기지역화폐 카드를 교체·중단 없이 계속 사용”이라고 명시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다. 올해 초 지역화패 운영사업자를 공고했던 부산광역시 역시 지역화폐 대행사업자가 변경돼도 '기존 카드 교체·중단 없이 계속 사용 가능해야 함'이란 문구가 사업 제안서에 담겼다.
반면 인천시는 대행사 교체시 카드 재발급을 요구하면서 △재발급 대기 기간 중 결제 수단 부재 △고령자 및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 △ 재발급 비용 및 시간적 손실 △기존 충전금 이전 과정의 문제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천시민은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은 앱 설치, 본인인증, 카드 등록 등의 절차를 혼자 처리하기 어렵고 결제 공백 기간에는 가맹점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기존 계약에 있던 '상품권 활성화를 연계서비스 제공'에 대한 문구가 사라지면서, 부가서비스 축소에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그간 인천e음이 단순 골목상권 결제수단을 넘어 지역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다. 기존에는 인천e음내 e음택시, 배달e음, 인천e몰, e음장보기 등 생활 밀착형 부가서비스가 연계됐지만 이 문구가 사라지면서 운영사 변경 시 부가서비스가 중단 될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의 수수료 부담 경감과 수입 증대를 이끌었던 e음택시나, 소상공인 배달 수수료 절감 수단인 배달e음 등은 인천e음을 통해 이러한 서비스들은 단순한 부가기능이 아닌, 인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인프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들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그동안 구축해온 지역경제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고 새 운영사가 이를 다시 구축하려면 최소 1~2년,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해 단기간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구축, 데이터 이관, 결제망 테스트, 보안 검증, 앱 안정화 등 모든 절차를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천시가 공개한 사전규격서에는 '데이터 이관 기간 제외'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 신규 운영사는 기존 결제망·앱·정산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없다. 즉, 결제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안정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e음의 핵심 인프라인 소스코드, 서버 구조, 데이터베이스 등은 7년간 기존 사업자인 코나이가 운영한 시스템이다. 이 기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신규 운영사는 결제망 설계부터 앱 개발, 테스트, 가맹점 정산체계 구축까지 모든 과정을 새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제 오류 또는 지연 발생 △포인트 이전 지연 및 데이터 이관 어려움 △정산 차질로 인한 가맹점 혼선 △결제망 일시 중단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 등이 야기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부산 동백전의 운영사 교체 과정에서도, 운영사 교체 및 부가서비스 분리 이후 앱 분리·호출 서비스 중단·결제 지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천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환 준비 기간과 명확한 데이터 이관 계획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인천시는 이번 입찰에서 운영비 전액 사업자 부담 조건을 명시했는데 표면적으로는 시 예산 절감이지만, 결국 시민 혜택 축소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천e음 운영대행사 선정은 단순한 사업자 교체가 아닌, 256만 시민의 일상과 수십만 소상공인의 생계가 걸린 결정”이라며 “시는 정치적 고려보다 검증된 운영 역량과 시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마감된 운영대행사 선정 공모에는 NH농협은행·코나아이, 신한은행·신한카드·비즈플레이, 하나은행·하나카드·나이스정보통신 등 3개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오는 11일까지 제안서 평가를 진행한 뒤 평가위원 10명의 심사를 거쳐 11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2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내년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인천e음을 운영할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