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소외된 이들을 위한 법률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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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기 로앤굿 대표

“법의 목적은 강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삼권분립의 이론적 기초가 된 '법의 정신'의 저자, 몽테스키외의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은 얼마나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소송 사건은 연간 600만건이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 8명 중 1명은 소송 사건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약 300만건, 프랑스는 약 100만건에 불과하다. 또 고소·고발 사건은 연간 50만건에 육박하는데, 일본은 고작 연간 1만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개인 간의 소규모 분쟁이 많다.

그러나 이 중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사건은 매우 적다. 민사 본안 소송의 80% 이상이 변호사 없이 진행된다. 소액 사건은 99%가 변호사 없이 진행된다. 형사 재판은 국선 변호 제도가 있음에도 약 50%가 변호사 없이 진행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 비용에 있다. 통상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대략 500만~3000만원의 착수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성공보수가 더해진다. 1심에서 끝나지 않고 2심, 3심까지 가야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변호사 비용은 2배, 3배가 된다. 인지대, 송달료 및 감정료 등 부대비용도 발생한다. 소송을 시작함에 앞서 계산해 보면, 대략 중고차 한 대 값이다.

법률 복지(legal welfare)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법률 복지란, 모든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적절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법적 권리의 실현 또는 피해 회복 역시 기본권으로서 보호받고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기초적인 법률 복지 제도가 있다. 국선 변호 제도, 대한법률구조공단,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고용노동부의 소액체당금 제도 등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뚜렷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변호사 1인당 수행 사건이 1000건에 육박하고, HUG의 지난 3년간 순손실은 무려 6조원이 넘는다. 현재 제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 독일 등 해외 법률 선진국들의 법률 복지는 민간 금융과 연계하여 구축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률 보험(legal insurance)과 소송 금융(litigation finance)이다. 독일의 경우 전 국민의 약 40%가 법률 보험에 가입돼 있다. 예를 들어 월 1만원씩 보증금 법률보험에 가입하면, 나중에 보증금 소송을 할 때 변호사 비용 전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자 보험'이 일종의 법률보험으로 볼 수 있다.

소송금융은 법률보험에 비해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고, 그 대상이 광범위하다. 어떤 종류의 소송이든 간에 소송금융 회사로부터 변호사 비용을 먼저 받고, 나중에 최종 승소하면 그 때 약정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미국의 한 소송금융 회사는 매년 약 4만건의 소송에 1사건 당 평균 40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다. 심지어 약 24시간 이내에 집행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변호사 비용을 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약 15년 전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는, 변호사 증가를 통해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호사는 증가했으나 일반 국민들의 변호사 선임률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시장의 힘으로 비용이 낮아지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괴리를 좁힐 수 있는 것이 위와 같은 법률 복지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권과 복지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법률사각지대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민간 보험, 금융과 연계한 법률 복지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 mgmin@lawandg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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