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 9월 9일, 서울 구로동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제2단지 부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황량한 땅에, 한국 경제의 운명을 바꾸는 광장이 열렸다. 이름하여 '내일을 위한 번영의 광장'.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수출 없이 생존할 수 없었다. 절박한 국가적 과제 앞에서 산업단지는 중심에 섰다. 국내 301개 기업, 해외 101개 기업이 참여했고, 42일간 200만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현장에서 체결된 수출 계약액은 2100만달러. 당시 국가 연간 수출 목표의 4%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 박람회는 한국을 '수출입국'으로 전환시킨 역사적 기점이었다.
5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새로운 광장 앞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강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탄소국경세, ESG 공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확산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산업단지가 과거 성공 공식을 반복한다면, 한국 제조업 미래는 어둡다.
산업단지는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었다. 전국 1330여개 단지에 12만여개 기업, 230여만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며, 국내 제조업 생산의 63%, 수출의 67%, 고용의 50%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산업생태계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는 가격보다 탄소 발자국을, 단순 효율보다 디지털 전환 능력을 본다. 글로벌 밸류 체인은 ESG와 데이터로 재편되고, 지속 가능성과 연결성이 새로운 성장의 열쇠가 되었다. 변화의 파도를 타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흔들린다. 혁신과 연결은 산업단지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다.
9월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산업단지 수출박람회(KICEF 2025)'는 산업단지 혁신의 광장이다. 전국 229개 기업, 338개 부스, 글로벌 바이어 86개사가 참여하며, 사전 매칭을 통한 일대일 수출 상담이 본격 진행된다. 베트남 빈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VINFAST, 중국 테무(Temu)의 모기업 핀뚜어뚜어, 말레이시아 VANLI 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다.
그러나 KICEF 2025의 진정한 가치는 규모가 아니다. 수출 상담을 넘어, 투자와 기술협력, ESG와 디지털 혁신을 한 자리에서 논의하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행사 기간 동안 열리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프로그램은 대기업, 스타트업, 글로벌 VC가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협력 모델을 설계한다. 투자설명회(IR)에서 혁신기업은 자본을 만나고, 스마트 제조와 ESG 기술 세미나에서는 산업단지 기업의 미래 전략이 공유된다.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입점과 MD 컨설팅까지 연계해 판로 확대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번 박람회는 산업단지와 글로벌 시장 연결을 실현하는 첫 관문이다. 이제 산업단지 기업은 해외 판로를 넓히고, ESG 대응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 정부와 지원기관은 정책과 금융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57년 전, 구로 제2단지 부지에서 열린 광장은 한국을 '수출입국'으로 이끌었다. 그 내일은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다. 이제 산업단지는 또 한 번의 선택 앞에 서 있다. KICEF 2025 한국 제조업이 세계와 연결되는 길을 열고, 산업단지가 그 길을 앞장서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이 광장에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찾고, 정부와 지원기관은 혁신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크다. “한국 제조업을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심에 세우는 것”. 그 꿈은 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산업단지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계우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 회장·KICEF 2025 조직위원장 ceo@aquapic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