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익을 남기든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금융권이 '모험자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게 정책적 코드 맞추기든, 자체 신규 투자 전략이든 반가운 일이다. 시늉이나 생색내기 차원이 아니라 유망 벤처 육성을 넘어 창업 활성화까지 이어진다면 진짜 생산적 자본으로서 역할한 것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KB, NH, 신한 등 업계 선도 금융지주와 계열 캐피털사들이 앞다퉈 사모투자펀드(PEF)를 비롯한 각종 벤처투자 기금 출자와 투입, 조성 주체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 갑작스런 계엄사태와 탄핵, 새정부 출범까지 일련의 정치격변기 동안 완전히 멈춰섰던 벤처투자향 캐피털콜이 재개되고,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새정부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전략에 보조를 맞춰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민간 금융지주 계열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국책 금융계도 자극을 받았다. 산업은행, IBK 등이 이미 벌여오던 PEF나 투자기금 규모를 각기 확대하는 등 '모험자본' 투입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민·관 금융들이 상당폭 손실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벤처와 모험 기업·업종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된 것은 새정부 정책 드라이브에 힘 입은 바 크다. 결정적으로 새 정부가 '모험자본 투자 = 생산적 금융'으로 규정하면서 활성화 방침을 굳힌 것이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기존 금융기관 평가의 낡은 잣대로 작용했던 규제중 하나인 벤처투자 관련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운용과 성과 평가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으로 이런 흐름을 가속시켰다.
결국, 벤처투자 등 손실 위험성을 내재한 투자에 대해 정부가 어떤 평가·시도 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자금의 흐름을 돌려세운다. 마찬가지로, 위험 회피나 청산가치만 따진다면 금융기관 스스로 이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집계한 우리나라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한다. 다만, 신규 결정 벤처투자펀드 가운데 민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달했다고 한다.
금융 지주들의 최근 흐름과 민간자본의 모험적 투자 성향이 확인된다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규모든, 투자처별 비중에 있어 벤처투자 규모는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 기대된다. 벤처에 돈이 돌고, 투자한 자금의 회수가 조금 더 수월해질 때 우리 벤처 토양도 훨씬 비옥해 질 것이다.
모험자본은 더 큰 결실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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