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 한 학기 만에 교과서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개정안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와 더불어 지능정보기술(ICT)을 활용한 모든 소프트웨어는 교육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예산과 기술 지원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검정을 마친 교과서의 지위도 박탈되는 등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개발과 관련 인프라 확충, 교사 연수 등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윤석열 정부의 대표 교육 정책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개발과 검정 과정을 거쳐 올해 1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됐으며 초등학교 3·4 영어·수학과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도입됐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도입 초기부터 순탄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정부의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지난해에도 한 차례 교과서 지위 박탈 위기를 겪었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현장의 반발을 고려해 자율 선택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올해 1학기 AI 디지털교과서를 1종 이상 채택한 학교는 32% 수준에 머물렀다.
정권이 바뀌자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검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교과서는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교육자료로의 변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교육자료로의 지위 변화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자료는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청과 학교의 재정 상황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달라진다. 또한 교과서와 달리 저작권료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발행사들은 향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개정안이 AI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뿐만 아니라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육자료로 규정된다. ICT기술 자체가 교육자료로 규정되면서 향후 등장할 수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교과서가 될 수 없게된 셈이다.
교육부는 현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부터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된 예산 지원을 어떻게 해나갈지, 관련 기술 지원이 지속될지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차영아 교육부 부대변인은 “현장 혼란이 없도록 시도교육청과 2학기 AI 디지털교과서 희망 학교에 대한 지원 방안들을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