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북미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 공급

삼성전기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진입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준비 중인 북미 빅테크 업체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를 공급하는 건 처음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4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기는 북미 글로벌 빅테크 업체가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용 카메라 모듈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안정적으로 보행하는데 필수인 카메라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이미지센서에 삼성전기가 렌즈·구동부 등을 더해 모듈로 만들어 최종 로봇에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가진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글로벌 리딩 휴머노이드 로봇 거래선용으로 개발 과제를 확보, 신규 로봇 시장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고객사가 북미 빅테크로 구체화됐다.

2022년 1세대 로봇을 시작으로 3세대까지 개발한 회사다. 이 업체는 로봇을 아직 외부에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자체 공장 등 내부 업무에 활용하고 성능을 개선시키면서 미래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올 연말부터 수천대를 시작으로, 향후 4년 이내에 연간 10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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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수원 본사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건 처음이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스마트폰 중심으로 카메라 모듈 사업을 추진해오다 전기자동차 등 전장으로 확대했는데, 이를 뒤이어 로봇으로 확장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차세대 AI의 핵심이자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로봇은 그동안 '자동화'의 대명사 정도로 여겨졌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로봇에 AI라는 '두뇌'가 생기면서 로봇의 적용 범위는 가사·의료 등으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물리적 환경에서 AI가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장 개화다.

AI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트렌드로 피지컬 AI를 꼽았으며,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0년 25만6000대에서 2035년 138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에 진입했기 때문에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모빌리티·로봇·AI에서 성장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함께 미래 성장의 궤를 같이 할 가능성도 높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갈 차세대 AI 반도체를 수주했는데, 삼성전기가 같은 로봇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로봇의 '두뇌'가 될 칩을 삼성전자가, 로봇의 '눈'은 삼성전기가 맡는 구도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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