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산업이 기술 혁신 물결 속에서 급변하고 있다. '푸드 테크'는 단순한 음식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성, 효율성 등을 더하며 새로운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식단 추천, 대체 단백질 개발, 스마트 농업 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이 단순한 끼니를 넘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식품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손에 쥐기 위한 해답을 푸드 테크에서 찾고 있다. 푸드 테크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메뉴는 물론 글로벌 식품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한국 식품업계, 혁신으로 미래 식탁 재편
우리나라 푸드 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 등에 따라 기존 방식만으로는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다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한층 효율적이며 안전한 식품 공급 체계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 시장 규모는 약 82억7890만달러(약 11조3627억)로 평가된다. 오는 2030년에는 167억8490만달러(약 23조372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10.6% 성장률이다. 이는 프리시던스 리서치가 예상한 세계 푸드 테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9.8%를 웃돈다.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SW) 부문이 국내 푸드 테크 시장 총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식품 제조, 유통, 소비 전반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SW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는 맞춤형 식단 추천, 재고· 품질 관리, 스마트팜 등에 적용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CJ프레시웨이는 기업간거래(B2B) 식자재 큐레이션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환경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식물성 대체육, 대체 단백질, 비건 푸드 등 지속가능 식품 관련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자사 대표 상품인 비비고 만두에 육류 대체 기술을 접목해 세계 각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IoT, RFID, 머신비전, 협동로봇 등 기술을 활용한 식품 제조공정 자동화, 블록체인 기반 식품 이력 추적 등도 국내 식품 업계에 확대되는 추세다.
불닭볶음면으로 K푸드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삼양식품은 최근 경남 밀양시에 구축한 2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구현했다. bhc는 LG전자 사내벤처와 공동 개발한 '튀김로봇(튀봇)'을 주요 가맹점에 도입해 튀김 작업 효율 증대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글로벌 식품 업계, 뜨거운 푸드 테크 경쟁
세계 푸드 테크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가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푸드 테크 시장은 지난해 2026억2000만달러(약 278조959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오는 2034년까지 5158억3000만달러(약 707조9766억)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9.8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 식품 기업들은 미래 식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앞다퉈 첨단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식물성 고기를 개발해 주목받은 미국 '임파서블 푸드'가 대표 사례다.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식물성 인공 패티를 상용화한 이 회사는 구글의 인수 제안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호주 기업 '보우'(Vow)는 배양육 기술을 활용한 푸아그라 등 프리미엄 식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 축산업이 안고 있는 부담을 줄이면서 고급 식문화를 지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창립한 오스트리아 '레보푸드(Revo Foods)'는 3차원(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연어 대체품 등 식물성 해산물을 생산한다. 식물성 원료와 미생물을 조합해 실제 해산물과 유사한 식감과 영양을 구현한다. 3D 구조화로 고기 섬유 조직까지 재현해 호평받고 있다.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식단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품 기술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공공·민간 부문 모두에서 연구개발(R&D) 투자가 증가하면서 푸드 테크 시장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