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에서 항해사가 '졸음' 운전으로 해안가 주택을 덮칠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NPK 방송 ·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고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 오전 5시쯤 트론헤임 시의 비네세트 지역에서 발생했다.
해안가 주택에서 거주하는 요한 헬베르그 씨는 이날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깨 집 밖으로 나섰다 깜짝 놀랐다. 집과 불과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초대형 화물선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이웃인 요슈타인 요르겐센 씨에 따르면 이들의 집은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배의 엔진 소리가 자주 들린다. 그러나 이날따라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린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요르겐센 씨는 창문을 내다봤다가 화물선이 헬베르그 씨의 집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요르겐센 씨는 “창 밖을 내다봤더니 배가 육지로 직진하고 있었다. 속도가 빨랐고, 항로를 변경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의 광경을 설명했다.
집 밖으로 뛰쳐나온 요르겐센 씨는 고함을 지르며 주변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헬베르그 씨의 초인종을 마구 누르며 위험을 알렸다. 헬베르그 씨는 이른 아침 울리는 초인종을 무시했다가 휴대전화로 연락까지 걸려오자 이를 인지했다.

헬베르그 씨가 밖으로 나가보니 대형 컨테이너선은 그의 앞 마당까지 밀고 들어온 상태였다. 배가 살짝만 틀어졌어도 집까지 덮칠뻔한 아찔한 사고다. 온수 공급이 끊겨 난방이 안 되는 점을 빼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헬베르그 씨는 “창가로 가서 큰 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의 꼭대기를 보기 위해서는 목을 꺾어야 할 정도였다. 정말 비현실적이었다”며 “이 집에 25년째 살고 있는데 이렇게 배가 들이닥친 적은 처음”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선박은 길이 135m인 1만1000t 급 컨테이너선 'NCL 살텐'이다. 당시 선박 안에는 16명이 탑승해 있었다. 노르웨이 트론헤임 피오르드를 지나 쇠르트뢴델라그주의 오르캉게르로 항해하던 중 항로를 벗어나 육지까지 밀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과 해안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이 배는 약 16노트(시속 약 30㎞)의 속도로 항해하다가 오전 5시 32분쯤 육지에 부딪혀 좌초했다.
당직 근무자였던 2등항해사가 혼자 당직을 서다 잠들어 버려 미처 진로를 변경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NCL 살텐은 지난 2023년에도 좌초됐다. 당시에는 항해사가 자체 동력을 이용해 배를 인양했다. 이번에는 육지 위로 많이 올라간 탓에 인양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선박 회사 측은 만조때 다시 인양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