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제조업, 더는 밀려날 곳 없다”…中企 협동조합 생존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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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소기업 협동조합 혁신전략 라운드테이블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에서 열렸다. 박승찬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과 서울지역 협동조합 이사장들이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본부장, 김재상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용희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윤중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오세계 서울경인귀금속중개업협동조합 이사장, 이경숙 서울귀금속제조협동조합 이사장, 한봉우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서헌규 서울장신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도심에 밀집한 인쇄·귀금속 등 제조업체들이 재개발과 도시재정비 사업에 따라 외곽으로 밀려나며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설계부터 생산, 유통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심 제조업 구조가 해체될 경우, 업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곽 이전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입주 여건이나 비용 부담 등 제약이 크고, 도심에 잔류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는 22일 제37회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서울 중소기업 협동조합 미래혁신 전략 좌담회'를 열고, 도심 제조업의 현실과 향후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좌담회는 협동조합의 현안을 언론과 대중에 알리고, 서울시 및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업종별 협동조합 대표자들이 참석해 각 산업이 직면한 애로사항과 자구책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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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소기업 협동조합 혁신전략 라운드테이블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에서 열렸다. 박승찬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경희 서울귀금속제조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심 제조업체들이 재개발과 도시계획으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특히 인쇄업이나 귀금속업처럼 설계, 생산, 유통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구조에서는 생태계가 무너지면 경쟁력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심 잔류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고, 외곽 이전도 입지나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과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김윤중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쇄업은 제조업임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분류돼 산업적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로 소속이 변경됐다면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소공인 공동장비 운영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업체여서 체감도는 낮다”고 덧붙였다.

오세계 서울경인귀금속중개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귀금속은 의식주처럼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가 줄면 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짝퉁 제품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맞는 정품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캐드(CAD) 설계나 연마 등 공정을 공동 수행할 수 있는 제조지원센터 조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주얼리산업진흥법안 제정'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조합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헌규 서울장신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나 서울시 지원이 개별 기업에 집중되다 보니 조합 단위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며 “공동 장비 수리·교체 등 조합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조합 중심의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 협동조합들은 자구책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도 있었다. 이들 협동조합들은 공통적으로는 디지털 전환, 공동 마케팅, 도심 집적지 기반 유지를 통한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주문형 생산(POD)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기반 유통·협업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김윤중 이사장은 “수주 중심의 구조 속에서 자생력을 확보하려면 디지털 유통망이 필수”라며 “공공기관 구매 시스템과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도 온라인 플랫폼과 조합원사 홈페이지를 연동하고, LED 전광판 및 검색광고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으로 유통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서울귀금속제조협동조합은 생성형 AI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의 디자인·홍보 역량을 끌어올리고, 이를 온라인 마케팅과 연계해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브랜드 공동화 전략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조합도 있다. 서울장신구사업협동조합은 K-팝 굿즈 시장을 겨냥한 'K-Goods 공동브랜드' 사업을 추진 중이며, 디자인·포장·샘플 제작 등을 공동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합원사 개별 홈페이지와 연계한 온라인 홍보 체계도 강화 중이다.

서울경인귀금속중개업협동조합은 '센스주얼리' 카탈로그를 연 2~3회 제작해 조합원사와 소매점 간 영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해 해외 전시회 및 수출 상담회 등과 연계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 상권에서는 젊은 소비층 유입을 위한 브랜딩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유튜브, 틱톡 등 SNS 채널을 기반으로 감각적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상점가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홍보하고 있다. 김재상 문정동로데오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는 개별 매장보다 상권 전체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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