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외국인 고객 확보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화점포를 늘리고 각종 통·번역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국내 경제 한 축으로 자리잡은 외국인 근로자에 러브콜을 보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이 운영 중인 외국인 특화 점포는 35곳으로 기존 최대치인 40개(2018년)에 육박했다. 국내은행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에서 연간 30개 이상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를 운영했지만, 코로나 팬덱믹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며 20여개로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많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연내 추가 개소 계획도 있어 올해 안에 40곳을 넘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경남 김해에 외국인 금융상담 특화점포를 개설했다. 연내 서울 독산동, 부천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영업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올해 안에 인천 남동공단에 외국인 전용 '컬처뱅크'를 추가한다. 단순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외국인 커뮤니티로 꾸며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인 '글로벌 데스크(Global Desk)'를 4개 지점에 추가했다. 동시에 베트남 국적 고객 증가에 맞춰 베트남어 상담원을 추가 배치했고, 은행권 최초로 네팔어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IBK기업은행도 이달 외국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강화를 위해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외국인금융센터를 확장 개점했다. IBK기업은행은 안산외국인금융센터를 확장하며 총 38개 언어로 실시간 통번역서비스를 지원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방은행 역시 특화점포 개설에 열심이다. 광주은행은 2월 광주·전남 금융권 최초로 '외국인금융센터'를 개점했고, BNK부산은행 역시 이달 김해시에 위치한 김해금융센터에 외국인 고객 특화점을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5월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도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 배정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지방과 1-2차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외국인 고객 수는 813만명으로, 전년 대비 37만명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관광수요 뿐 아니라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 숫자와 그 소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은행권 내수 경쟁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해 외국인 고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