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디지털 검역은 신속성과 신뢰 확보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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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디지털 검역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속한 대응을 통해 정부에 대한 국민과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급증하는 식물검역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직구와 특송화물 증가, 수출입 품목의 다양화로 검역 환경은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력 충원에는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검역본부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넘기 위해 전통적인 검역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 검역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기술은 업무자동화(RPA), AI 기반 X레이 영상 판독 시스템, 무선인식 기술(RFID)을 활용한 디지털 실험실, 전자식물검역증명서(ePhyto), 무인예찰트랩까지, 검역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실질적인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AI X레이 판독 시스템은 인천공항 국제우편센터에서 시범 적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검역관이 영상 이미지를 직접 판독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수입 종자의 형상을 학습해 의심 물품을 자동으로 탐지한다. 김 본부장은 “유사한 형태의 비즈(구슬) 등을 AI가 구분할 수 있도록 학습을 보완해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과일류, 축산물 등 고위험 품목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RPA 기술은 검역 신청·접수처럼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자동화해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검역관은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판독과 현장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청 접수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실험실은 시료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RFID 기술로 반출입 기록을 자동화하고, 실험기기를 중앙 서버와 연동해 결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관리하는 구조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축적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업무 속도는 물론 정확성까지 크게 개선됐다.

전자식물검역증명서(ePhyto)는 종이 서류를 완전히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위조나 분실 우려 없이 수초 내 통관이 가능하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이를 상용화했고 현재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과 상호 교환 체계를 운영 중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는 일본, 중남미, 유럽연합(EU), 중국 등으로 교환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ePhyto는 교역 파트너의 다변화에 따라 필수적인 검역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예찰트랩은 병해충 유입을 조기에 차단하는 디지털 감시망 역할을 맡는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설치된 트랩에 해충이 포획되면 이미지를 무선 전송받아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향후에는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해충 발생 예측과 위험도 평가까지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검역 행정과 정책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고 정의했다. 이어 “기존 제도를 내실화하고 추가 도입이 필요한 분야는 적극 발굴해, 검역이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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