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 플랫폼이 인공지능(AI) 기본법 내 채용 분야가 고영향 AI에 포함된 데 대해 과잉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의 구인구직 추천만으로는 고영향AI에 적용되지 않겠지만 미래 서비스 개발과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를 활용하지 않은 링크드인 등의 글로벌 서비스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업계의 고민을 더하는 요소다.
HR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채용 관련 AI에 대해 사후·자율규제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24일 주장했다.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 4호에서는 고영향AI를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때 '중대한 영향'의 구체적 수준이나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포함할 분야로 채용 분야를 적시했다.
업계는 고영향 AI 편입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HR 산업은 데이터가 기술 발전을 좌우하는 만큼, 데이터 기반 혁신이 가능토록 명확한 활용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 마련 시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가 적합하다고 짚었다. 사전 검수나 표시 의무 등 절차상 의무 중심보다,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고영향 AI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이 아닌,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입힐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돼야 한다는 의미다.
자율규제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가 자율적인 품질 검증과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가 협력하는 방식이 제도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규제 역차별이 발생할 시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또 현재 AI 기능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링크드인 등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HR 플랫폼 관계자는 “글로벌 AI 어젠다를 고려할 때,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AI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금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제도가 설계되면 결국에는 관련 기업을 도태시키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업계의 우려가 기우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HR 플랫폼이 제공 중인 AI 서비스들은 높은 확률로 고영향 AI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과기정통부와 논의한 바에 따르면 AI 서비스가 입사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수준일 경우에만 고영향 AI에 포함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업계는 '입사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수준'이라는 문구도 해석의 여지가 크다며 우려했다. 아울러 알고리즘 공개에 대한 부담도 덧붙였다. EU 인공지능법(AI Act)과 유사한 법안이 마련될 시 기업에게 설명 가능성의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해당 법안에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채용 분야가 포함돼 있다. 향후 업계는 고용노동부에 이같은 의견을 제출하고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