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부터 대기업에 대한 중고차 시장점유율 제한이 해제되면서 완성차·렌터카·딜러사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입한다.
중고차 시장은 허위 매물 등으로 불신이 깊은 대표적 '레몬마켓(정보 불균형 시장)'이었다. 연간 235만대 거래 규모로 성장한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사업을 확대하며 소비자의 중고차 시장 불신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 새로 진출한 대기업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비자에게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높은 신뢰를 주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기업, 왜 진출하나
5월 중고차 시장점유율 제한 빗장이 풀리면서 현대차·기아가 추진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4.1%, 기아 2.9%까지 시장점유율이 제한돼 왔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제품을 검증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아는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했다. 추가 투자와 사업 확장까지 고려한 조치로, 향후 중고차 매매단지·정비공장·진단센터 등 대규모 인프라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사업 목적에 대해 “차량 구매·정비와 서비스·브랜드 체험을 위한 통합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신규 사업장 개발과 일부 건물 임대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연간 234만6267대 중고차가 실거래됐다. 최근에는 신차 구매 부담과 비대면 거래로 상대적으로 합리적 가격의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중고차 관계자는 “중고차 거래 대수는 신차보다 100만대 이상 많다”며 “포화된 시장에서 실적 성장을 이루며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대기업이 중고차를 신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무한 경쟁 본격화
렌터카와 수입차 딜러사도 중고차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롯데렌탈·SK렌터카·코오롱모빌리티 등은 신차 유통 사업을 넘어 중고차 거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각 사 인프라를 통해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는 데다 신사업 확장 발판이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차 시장은 매력적 사업 모델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경기 부천과 충남 천안 등에 매매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내년 중고차 연간 2만대 거래를 목표로 서울 강서와 부천 매매센터를 열었고, 수도권에 추가 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SK렌터카는 7월 천안에 중고차 경매단지를 처음 개장한다.
코오롱모빌리티는 3분기 수입차 인프라를 바탕으로 BMW, 볼보, 아우디 등 수입 중고차 온라인 판매를 개시할 방침이다. 코오롱모빌리티 관계자는 “비대면 온라인 거래를 앞세워 투명한 차량 정보와 이력 공개, 보증연장 상품 등을 시행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BYD는 전국 주요 거점에서 신차는 물론 중고차까지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도 판매법인 BYD코리아오토를 설립하고 사업 목적에 중고차 수입·유통을 추가했다.
기존 BYD코리아는 신차 판매를 담당하고, BYD코리아오토를 통해 중고차를 새롭게 판매하는 투트랙 판매 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BYD코리아오토는 국내 첫 전기 모델 아토3를 비롯해 국내 법인대상 판매를 확산하거나, 신차급 중고차 물량을 판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중고차 시장 전망은
대기업 진출은 중고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소비자 역시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소비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1000명 중 51.6%가 '국내 대기업 진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엔카닷컴 설문 조사에서도 2280명 중 응답자 71.7%가 '신차 대신 중고차를 살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완성차의 중고차 사업 확대는 시장 전체의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인증과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대부분 실거래 가격을 확보하고 거래 데이터는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 경쟁을 위한 중고차 매입도 빨리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부터 출고 기간 5년에 주행 거리 10만㎞ 이내 상품을 확보해 왔다. 코오롱모빌리티는 7년 이내 차량을 자동차 금융 및 보증 연장 상품과 연계해 고객 생애 주기에 따른 종합 서비스 체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대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자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 구도가 중고차 거래 투명성을 높여 결국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고차 전문가는 “완성차 대기업 등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중고차 관련 서비스 등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기업도 크게 늘 것”이라 말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