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트윈 구현의 핵심 인프라인 3차원 공간정보 기술이 미래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1일 '공간정보 포럼'을 통해 공간정보가 단순한 지도를 넘어 현실 공간을 디지털로 정밀 구현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술 고도화와 도시 정책, 산업 수출에 이르기까지 3D 공간정보의 확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AI와 로봇 등 물리 기반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점도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김대종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간정보는 단순한 위치 정보나 지도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사는 공간을 디지털화한 결과인 디지털트윈”이라며 “이 같은 공간의 디지털화 역량이 물리적(Physical) AI의 성능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공간정보의 디지털 정밀도가 AI의 환경 대응 능력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기술 구현 환경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배경호 신한항업 연구소장은 “AI 기술과 드론, 센서, 자동화 시스템의 융합으로 3D 공간정보 구축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해졌다”고 설명했다. 구축 비용과 시간 부담이 낮아지며 실증과 확산의 속도가 붙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최형환 EGIS 연구소장은 “한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3D 공간정보 엔진을 자체 보유한 국가 중 하나”라며 “지속적인 정부 R&D 투자 덕분에 기술 자립에 성공했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간정보 기술은 행정 정책에도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송기성 서울시 공간정보 전문경력관은 “서울시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범죄취약지역 분석, 도시침수 예측, 일조권 확보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심 환경을 3D로 재현해 정책 수립의 정밀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해외 수출 사례도 주목을 끌었다. 김진곤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은 자사 디지털트윈 플랫폼 '디지털가람플러스'를 소개하며 “실시간 홍수 예측과 수자원 관리에 활용 중이며 해당 기술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로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경제성과 산업 파급력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한춘교 과학기술전략연구소 실장은 “3차원 공간정보는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 자산”이라며 공간정보의 정량·정성적 효과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공간정보 투자가 정책 효과와 GDP 성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업 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공간정보 사업은 시각화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 시각화에서 벗어나 산업적 가치 창출을 입증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6G 등 미래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도 3D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경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본부장은 “6G 시대에는 건물의 형상과 물성이 통신에 영향을 미치므로 3D 기반 공간 네트워크가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콜로세움 프로젝트처럼 3D 데이터가 물리적 AI의 핵심이 되는 만큼 과기정통부와 국토부 간 제도적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정립도 과제로 떠올랐다. 김강수 KDI 연구위원은 “민간이 필요로 하는 공간정보는 민간 주도로 구축하고, 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공공 활용에 집중하는 등 역할 분담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구글의 반복적인 공간정보 반출 요구는 한국 공간정보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주권 확보와 정부 투자 지속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