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이 한국인에게 흔한 OTOF 유전자 변이 난청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15일 밝혔다.
최 교수팀(하버드대학교 김예리 연구원, 리제네론 정유진 박사, 분당서울대병원 김주앙 선임연구원)은 OTOF 유전자 변이 중 한국과 일본에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p.R1939Q(비절단 돌연변이) 유형에 주목했다. OTOF 유전자는 귀의 내유모세포가 소리를 신경으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변이가 생기면 신호 전달에 문제가 발생해 난청이 나타난다.
기존 유전자 치료 연구는 주로 절단 돌연변이(유전자가 완전히 소실된 형태)에 집중돼 있었으나, 한국인에게 흔한 비절단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치료법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를 이용해 p.R1939Q 변이를 가진 생쥐 모델에 유전자 치료를 시행했다.
연구 결과 치료를 받은 생쥐 8마리 중 5마리는 오토페를린 단백질이 90% 이상 생성돼 청각이 크게 개선됐고, 나머지 3마리도 청각 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특히 생후 30일(사람의 유아기에 해당) 이후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청각 회복 효과가 5개월 이상 유지돼, 치료 시기의 유연성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유전성 난청 치료에서 기존 보청기나 인공와우 이식의 한계를 넘어, 유전자 치료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OTOF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청은 기존 인공와우 수술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전자 치료는 보다 자연스러운 청각 회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과 일본에서 흔한 유전자 변이에도 유전자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유전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기존의 보청기나 인공와우 이식 없이도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