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제를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에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치료는 기존 면역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40대 여성 환자에게 지난 3월 시행됐다. 치료 후 급성 부작용 없이 루푸스 관련 지표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류마티스센터 주지현·이봉우(류마티스내과), 혈액병원 윤재호(혈액내과) 교수팀은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 수단이 없는 40대 여성 루푸스 환자에 올해 3월 CAR-T 치료제를 투여했다. 주지현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단장 민창기 교수) 산하의 첨단세포치료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1기 인증 연구 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서울성모병원의 중점 연구 분야 중 하나인 '난치성 자가면역'과 '세포치료' 분야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서울성모병원은 향후 연구 중심병원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이런 창의적인 치료 사례를 더 많이 도출할 계획이다.
3월 투여 이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이달 14일 외래진료 결과, 환자는 급성 부작용 발생 없이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했다.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루푸스 관련 지표들(단백뇨, 보체, 항DNA 항체 등)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루푸스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하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편집을 해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면역항암제다.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윤재호 교수는 “혈액질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CAR-T 세포 치료법으로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었던 난치성 루푸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며, 앞으로도 다학제 진료 참여로 난치성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지현 교수는 “최근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루푸스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90~95%까지 보고되고 있으나, 일부 환자는 폐, 심장, 신장, 뇌와 같은 주요 장기에 루푸스가 침범하여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라며 “이번 임상을 시작으로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성 루푸스 환자가 완치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