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화된 불경기에도 한국인의 과시적 소비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다른 불안감 확대로 전체적인 소비는 줄고 있으나 의미 있고 실용적인 '선택적 소비'는 유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9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17개국 과시성 구매 금액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55달러를 기록했다. 유럽·북미·아프리카 등 전체 17개국 중 지난 2월 기준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17개국 소비자 평균 과시성 구매 금액은 52달러였으며 미국은 50달러를 기록했다.
고환율에 따른 체감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과시성 소비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매 금액은 식자재(33%)와 의류·액세서리(33%)에 집중돼 있다. 과시성 소비 구매 동기 톱3는 △정서적 위안(16%)이 가장 높았고 △실용성(14%) △내구성(13%)이 뒤를 이었다.
이는 위축된 소비 심리와 대비된다. 지난 2월 한국의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FWBI)는 90.3으로 7개월 연속 조사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체감경기 악화와 고물가 등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월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 또한 3개월 연속 68%를 기록했다.
딜로이트는 불확실성 확대로 심리적·재정적 불안 심화가 벌어지고 있으나 지출 축소 기조 속 선택적 소비는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치소비 경향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품목별 소비의향 지수를 살펴보면 △식료품(15%)이 가장 높았고 △저축·투자(14%) △여가활동(12%) 순으로 집계됐다. 생활 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필수 항목 비중이 확대됐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저축 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조건 절약보다는 선택적 소비로의 인식 전환이 벌어지며 여가활동이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도 확인된다. 특히 18세부터 34세의 여가 지출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들은 체험 중심 여가 소비를 적극적으로 지향한다.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는 “이제 기업들은 전방위적인 소비 자극이 아닌, 타겟 별로 차별화된 접근과 우선순위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