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와 수요·공급 불안정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이 배럴당 59.58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하락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브렌트유도 60달러선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2.82달러다. 전장보다 1.39달러(-2.16%)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제유가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로 이로 인해 경기 침체와 원유 소비 감소를 함께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의 증산도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우려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 하루 41만1000배럴을 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계획보다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원유 생산량 증가와 달리 석유제품 수요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물동량이 감소해 석유제품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더 하락하는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던 지난 2020년 4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선까지 하락했고 급기야 서부 텍사스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마이너스를 찍기도 했다.
정유 업계는 한숨만 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정제마진 역시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 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세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이기 때문에 대처할 방안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국제유가의 약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정유사의 경우 3개월 치의 물량을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을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정부와대응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