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유승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로 주목받는 브롬 기반 레독스 슈퍼커패시터(Redox EC)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해질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슈퍼커패시터는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수명을 갖춘 미래형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낮은 에너지 밀도와 자가 방전 문제는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는 전해질 내에서 일어나는 레독스 반응(산화-환원 반응)을 활용해 추가적인 전하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반응 속도를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브롬 기반 레독스 시스템은 전자를 쉽게 받아들이는 성질(높은 환원 전위)과 브롬이 전해질에 잘 녹는 특성(우수한 용해도) 덕분에 유망한 기술로 주목받았다. 다만 충전 과정에서 생성된 폴리브로마이드가 전지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교차확산 문제로 자가 방전이 발생하고, 충·방전을 나타내는 쿨롱 효율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기존 전해질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고 가연성이 있어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테트라부틸암모늄 브로마이드(TBAB)와 에틸렌글리콜(EG)을 조합해 물이 포함된 '심층 공융 용매(HDES)' 전해질을 개발했다.기존 연구에서 불안정성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물 함량이 높은(DES-in-Water)' 전해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 개발한 전해질은 유기 전해질이 가진 전기화학·열적 안정성과 수계 전해질의 높은 이온 전도도 및 난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심층 공융 용매(HDES) 속 물의 양을 조절해 브롬이 일정한 고체 형태로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자가 방전을 줄이며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부틸 바이올로젠 음극과 브롬 양극을 적용한 '이중 레독스 시스템 풀 셀(full cell,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립된 전지)'을 제작해 장기 충·방전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1.4 V에서 36.3 와트시(Wh)/㎏의 에너지 밀도를 기록하며 기존 슈퍼커패시터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을 보였다. 1만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후에도 초기 용량의 87% 이상을 유지했으며, 60 ℃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 실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유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친환경적이면서도 높은 안정성을 갖춘 차세대 전해질을 개발했다”며 “특히 기존 수계 및 유기 전해질의 장점을 결합함으로써, 에너지 저장 장치의 수명을 연장하고 충·방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전해질은 브롬 기반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뿐만 아니라, 대형 ESS 및 차세대 배터리 등 다양한 에너지 저장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