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의 업무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될 때 느꼈던 변화만큼이나 강렬하다. 기업 리서치나 사업 조사와 같은 분야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을 활용하던 방식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과거에는 구글을 통해 관련 기사를 서핑하거나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검색하던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갖춘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딥시크(DeepSeek), 오픈AI(OpenAI)의 챗GPT, 그리고 이들의 장점을 결합한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AI 서비스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업무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근본적인 노동 형태의 변화를 예고한다. AI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와 결정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근무 형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이며, 그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솔루션들이 이미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업무 방식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연구 분야나 사무 영역에서는 AI가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량을 몇 배, 많게는 수십 배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알파폴드(AlphaFold)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단백질 구조 분석에서 기존 대비 만 배 이상의 효율성을 달성한 것은 AI가 촉발한 혁신의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혁신에도, 우리의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우리는 여전히 걷고, 앉고,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여전히 물건을 옮기고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이미 전 세계를 누빌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 일부 지역에서만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로봇 기술도 마찬가지다. CES 같은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로봇과 AI의 결합은 환상적이지만, 아직까지 식당에서 음식을 치우는 숙련된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 AI로 촉발된 혁신이 로봇 기술과 결합해 우리를 육체 노동에서 자유롭게 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한국 경제 상황을 논할 때 노동생산성 문제는 항상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하지만 노동 형태 자체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성 논의가 얼마나 유효할까? AI 혁신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노동의 질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은 주요 국가 중에서도 낮은 노동생산성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율 또한 저조하다. 이는 노동 형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육체노동 중심의 산업 구조와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3년 486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으로 올랐고, 2025년에는 1만30원을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임금 상승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수익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많으며, 그들에게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는 이미 AI 혁신을 통해 고용과 노동 형태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약 2000억달러 규모의 AI 개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랑스는 별도로 1090억유로(약 163조원)를 투입해 자국 내 AI 생태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역시 AI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조차 앞다투어 AI 관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주당 52시간 근무제라는 틀 안에서 글로벌 혁신과는 거리가 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4시간 일하는 척'하는 가짜 노동이 판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상황이다. 기존에 우리의 타성과 관습이 그래왔고 이를 타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AI 시대는 전혀다른 형태를 제공한다. AI 혁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노동 혁명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그냥 꿈꾸고 희망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으로 AI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AI 역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스타트업들은 미치도록 일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집약적 노동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과 혁신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 우리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논쟁 속에 갇혀 있다. 극단적인 노동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에 주 4일 근무냐 주 7일 근무냐 같은 논쟁은 최근 기조인 AI 혁신과 그로 인한 노동의 혁명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주 1일만 근무해도 극단적인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는 주 100시간씩 일하며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가는 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거대 언어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딥시크의 사례처럼 한국도 대형 IT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의식 있는 많은 이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정치 상황은 경제과 앞으로의 경제 성장률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우리 나라를 후퇴 시키고 있다. 또 뚜렷한 정치적 리더십도 찾을 수가 없다.
AI 혁신과 고용 시장 변화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정책이 필요하다. 몇 만원 임금 인상이나 주 몇일을 일할 것인지 논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해 AI 혁신에 올라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창출하며 모두가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오랜 기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한국의 유니콘 기업 리벨리온은 필자가 첫 번째 투자부터 4번의 모든 투자 라운드를 함께 했던 AI 시대에 필수적인 AI 반도체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타 경쟁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고민한다면 과연 그 성과를 낼 수 있었을가 묻고 싶다. 리벨리온 이상 되는 기업들이 몇개 아니 몇십개 이상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야 하고 시대의 거대한 패러다임과 함께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AI인프라와 다양한 AI 에이전트 기업 그리고 유관 산업에 투자할 모험 자본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가 리더십을 가지고 해내야 하는 분야다. 국가의 AI 전략 펀드는 시급하고 매우 절실하다. 해당 펀드를 전국민의 출자금을 지원해 줘서 전국민이 키우는 AI 펀드를 만들고 그 펀드를 10배, 100배 키워나가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다가오는 거대한 변혁 속에서 고용의 종말이라는 도전 앞에 서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아닌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 그리고 이 거대한 패러다임 AI를 통한 혁신에 도전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
서울대에서 재료공학과 경제학을 전공, SK커뮤니케이션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을 경험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과 자금회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에 입문했다. 공공 영역에 스타트업 생태계 기여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모교 투자사인 서울대기술지주에 입사해 2020년 내부 승진 대표직을 맡은 후에 연임하고 있다. 2017년 서울대STH 제1호를 시작으로 모태펀드, 성장금융, 지자체와 외부 출자자가 연계된 펀드와 성과 공유 기부형 펀드를 비롯한 총 12개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며 다양한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