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4 서울회동이 AI생태계 변곡점 되길

아마도 2025년 2월4일은 전세계 인공기능(AI) 진화 역사에 기록으로 남는 날이 될 듯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그리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서울에서 만났다. 현시점 AI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 셋이 뭉쳤으니, 이를 'AI 서울 서밋(Summit)'으로 규정해도 무방할 듯 하다.

세 사람의 만남 자체도 드라마틱하다. 계산 안된 듯 치밀한게 계산된 모습이 엿보인다. 먼저 샘 올트먼 CEO가 글로벌 AI개발자 로드쇼 일환으로 3일 저녁 한국에 들어왔다. 앞서 손 회장과 일본서 만나, 한국 주요 기업 수장들과의 협업 또는 제휴 전략에 관해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이어 4일 손 회장이 서울에 왔다. 전날, 한국 2심 법원이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만남은 확정됐을 개연성이 크다. 한국 사정에 지독할 만치 밝은 손 회장 특성상, 전날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풀리지 않았다면 만남 자체가 불투명해졌을 것이다.

AI 관련 최정상급들이 한자리에 앉았으니, 어떤 내용이든 미래 AI 로드맵에서 중요한 설득과 판단이 오갔을 것이다. 논의 초점이 차세대 AI칩이나 AI단말기, 스타게이트 참여 등 어느 것이라할 지라도 향후 글로벌 AI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서, 딥시크 사태로 나스닥 개장이래 최단기간내 최대 금액의 시가총액을 잃어버린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가장 궁금해할 이야기를 나웠음직 하다.

사실, 한국 AI는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세계 최고의 칩 회사를 둘 씩이나 보유하고도, AI로는 중심에 들지 못하고 주변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내외의 우려가 겹쳤다. 특히 딥시크 같은 외부충격에 맥없이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여왔다.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으로 자란 AI분야 수많은 유망 스타트업과 미래 유니콘들이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무슨 하루 단 몇시간 만남에 요란을 떠냐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난 ICT역사에 입증하듯 4일 이뤄진 AI 서울 서밋은 충분히 향후 대한민국 AI 모멘텀으로 만들수 있는 가치를 지닌 이벤트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흐름을 쫓아오기 바빴다면, 이제 물길을 우리가 앞서 끄는 쪽으로 이제라도 돌리면 된다. 이들 3인이 내놓는 합의나, 같은 지향점이 무엇이든 향후 AI코리아의 진로는 더 넓어지고 거세지길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