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 민심은 '경제살리기'다

긴 설 연휴를 보내고 31일 다시 일상을 맞았다. 아직, 다음달 2일까지 휴일을 이어가는 직장도 많지만 이날 신년 인사와 함께 두런두런 나눌 얘기는 설 차례상 민심이 압도적일 것이다. 가족이나 친지, 오랜 벗들과 마음 편하게 말하고 들은 민심이 결국, 우리나라 전체의 기대와 희망 총합과 같을 것이다.

차롓상에 오랫만에 둘러 앉았지만 각자의 표정은 어두웠다. 설 연휴 직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0.1%에 그쳤다. 사실상 뒷걸음질이다. 직장으로 어느 기업에 다니든 기업 형편이 최악에 몰렸고, 공장 가동은 절반이나 아님 그 이하로 떨어졌다. 동네 식당·가게 어디 하나 북적북적 하는 곳이 없다. 시장의 우울한 모습은 설 차롓상에도 그대로 올랐다. 수입 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점점 더 차롓상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장 흐름과 민심은 이달 들어 더 나빠졌다. 우리나라 모든 업종·규모·형태의 기업들이 다 모여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집계한 '올해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직전 분기(85) 대비 24포인트나 급락한 61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4분기에 찍었던 58 이후 4년만의 최악 수준이다.

큰 명절이 지나면 정부나 정치권이나 민심이 어땠느니 없던 관심도 보인다. 감히 단언컨데, 이번 설 명절 민심은 합일점을 이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살리기다. 애둘러 혼란스러운 정국을 되살리기 원하지만 종국엔 경제가 빨리 제자리를 잡고 잘 돌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전세계를 벌벌 떨게 만들고 있는 미국의 조치가 생각 앞에 서다가도 결국, 그게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마지막 질문이고, 궁금증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제부터 오롯이 매달려야하는 것도 이 문제다. 민심의 초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다른 문제에 매달린다면 아마 민심의 버림을 면치 못할 것이다. 행정과 정치의 존립 기반은 민심에 있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부 정책에 헛점은 없는지, 변화된 상황과 맞지 않는 문턱은 없는지 다시한번 살피고 고칠때다. 정치 또한 당리당략을 기본 원리로 한다지만, 이번 설 민심에서 모아진 경제살리기 책임을 외면한다면 다음 선거 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봄은 아직 이르지만, 겨울 민심이 품은 희망을 저버려선 안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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