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하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제한 안건 등을 가결시켰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불법적인 결정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처리했다. 일단 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게 됐다.
이사 수 제한으로 최대 19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는 12명으로 이 중 11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신규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7명인데 이 인원이 모두 MBK 측 인사로 채워져도 이사회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 결과의 유효 여부는 법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상법 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에 따라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고 표결을 진행했는데 MBK 측이 크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MBK 측은 이른 시일 내에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장외 매수했다. 고려아연은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 100%를 지배하고 있다. 이 거래로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 출자고리가 생겼다.
우리나라 상법은 상호 간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 내 회사 간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다.
영풍과 MBK측 대리인 임시주총장에서 “강도를 당한 기분이다. 의결권을 제한받은 당사자에게 설명 한마디 없었다”면서 “외국회사는 상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주주와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결정”이라면서 “법원에서 명확하게 판단을 받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출석 주식 수도 논란이 됐다. 당초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임시주총이 4750주의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로 인해 개회가 거듭 지연됐다. 이에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보통, 특별 결의에 필요한 주식이 출석했다고 판단, 오후 1시 52분경 개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MBK와 영풍 측 대리인은 출석 주식 수를 발표하지 않은 주총은 없다며 확인을 요구했다. 또 다른 주주는 “중복 위임 주식 수는 표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미한데 개회 지연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출석을 하지 않은 주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주총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고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