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윤건수 물리학과·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 박사과정 유재민 씨, 기계공학과 진현규 교수, 통합과정 이동규 씨 연구팀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청정 수소 생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이 절실한 가운데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물을 분해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높은 비용과 낮은 에너지 효율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금속 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활용한 열화학 공정은 약 1500℃에 달하는 고온이 필요해 현실적인 도입에 제약이 많았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의 에너지원인 '마이크로파'를 활용했다. 마이크로파는 음식 가열뿐 아니라 다양한 화학 반응에서도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연구팀은 마이크로파가 가돌리늄(Gd)이 도핑된 세륨 산화물(CeO2)의 환원 온도를 600℃ 이하까지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마이크로파의 전기적 에너지가 반응에 필요한 열에너지의 75%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 마이크로파 기술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산소 공공(Oxygen vacancy)' 형성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기존 방식에서는 금속 산화물 내부의 산소가 환원 반응을 통해 빠져나가며 산소 공공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고온에서 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연구팀은 600℃ 이하 온도에서 단 몇 분 만에 산소 공공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화학 평형 모델로 그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이는 고온에 의존했던 청정 수소 생산 공정을 저온에서 실현한 것으로 마이크로파 기반 접근법은 청정 에너지 시장에서 큰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현규 교수는 “기존 열화학적 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향후 마이크로파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물질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수 교수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새로운 메커니즘 제시와 기존 공정의 한계 극복이 중요한 성과이며, 이는 연구팀의 긴밀한 다학제적 협업의 결과”라고 밝혔다.
동그라미재단 혁신과학기술프로그램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기초과학연구소,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재료화학회지 A(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의 내부 표지 논문(Inside 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