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장수 대통령' 지미 카터 100세로 별세

Photo Image
2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0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 소재 카터 센터에 세워져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흉상. 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 조지아주 고향 마을 플레인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카터재단은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가족들이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98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과거 암 투병을 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겪었으며 지난해 2월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가정에서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순탄치 않은 대통령 임기 기간을 보냈지만 퇴임 후 평화 해결사로 활약해 '가장 위대한 미 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한반도와도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하의 한국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3월 펴낸 회고록 '지미 카터'에서 주한미군 철수, 한국의 핵무장 등을 둘러싸고 박 전 대통령과 충돌한 1979년 6월 방한 당시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동맹국 지도자와 가진 토론 가운데 아마도 가장 불쾌한 토론”이었다고 회고했다.

퇴임 후인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 때 직접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 주석과 담판,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는 등 평화의 사절로 나섰다. 이후 미국인 억류 사안이 불거진 2010년 8월, '디 엘더스' 소속 전직 국가수반 3명과 함께 한 2011년 4월 등 총 3차례 방북을 했다.

이외에도 에티오피아,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재자로 나섰다. 이런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62년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경쟁자가 부정선거로 낙마하며 의원직을 거머쥐었다. 정계에 입문한 그는 조지아주 지사를 거쳐 1976년 대선에서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고, 현직인 공화당 소속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을 누르며 대통령이 됐다.

재임 기간 대표적 치적으로는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불리는 중동 평화 협상 중재 성공이 꼽힌다. 1978년 9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 협정 체결을 주선했다. 이 역사적인 협정은 이듬해 3월 양국이 적대행위를 끝낸다는 조약 체결로 이어져 수십년간 이어져 온 중동 갈등을 막고 중동 평화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970년대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인권을 앞세운 도덕주의 외교 정책도 발목을 잡았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후 강경파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 대사관 직원 등 52명을 444일간 억류한 사건이 대표적 외교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특수부대를 투입한 구출 작전이 미국인 8명만 숨진 채 실패로 끝나면서 지지율은 추락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위대한 미국' 건설을 내건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에게 대패해 연임에 실패, 단임 대통령으로 그치게 됐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