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방향을 두고 보험업계에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60만명에 달하는 국내 설계사 수입을 좌우할 수수료 개편이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조속히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대리점(GA)협회는 이번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판매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대리점은 보험사 상품을 대신 판매해 주고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영업조직을 말한다.
금융위가 판매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건 GA 영업 현장에서 비교·설명 의무가 형식적으로 실행되고 있어서다. 비교·설명은 설계사 수 500인 이상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보험을 판매할 때 최소 3개 보험사 상품을 비교하도록 한 제도다.
설계사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간 영업 현장에선 비교·설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A보험사가 B보험사보다 높은 판매수수료를 제시할 경우, GA 설계사가 공정한 비교나 설명을 하지 않은 채 A사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에 보험개혁회의는 제도를 개편해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우선적으로 권유하던 편중 판매 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은 수수료 공개와 7년 분급이 핵심이다.
앞으로 GA 설계사는 비교 대상 상품별로 판매수수료 정보를 소비자에게 별도로 안내해야 한다. 아울러 그간 설계사에게 1~2년간 나눠 지급됐던 판매수수료 분급 기간은 3~7년으로 대폭 확대된다. 설계사가 계약을 중장기적으로 유지·관리할 유인이 적어 신계약을 위주로 보험영업이 진행된데 따른 조치다.
다만 GA업계는 급격한 판매수수료 정책 변화가 보험산업 혼란은 물론 고용 불안정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수수료 추가 규제가 GA산업 건전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GA협회는 개편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고려해야 할 원칙으로 △형평성 제고 △GA고정비용 인정 △유지·관리비 인정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제도 정비 △수수료 공개 재검토를 6대 원칙으로 제안했다.
아울러 판매수수료 공개에 대한 GA업계 의견을 수렴해 금융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은 절대적으로 부적절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GA 경영 현실을 분석해 제도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