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3 비상 계엄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진 가운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근처 식당에 선결제를 달아놓거나 필요한 물품을 보내는 등 마음을 대신했다.
집회가 시작된 이후로 엑스(X · 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OO 식당에 100인분 선결제했으니 암호 말하고 드세요” 같은 글들이 이어졌다.
가수 아이유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팬들을 위해 식사를 결제했다고 밝혔으며, 시위 현장에 울려 퍼진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른 소녀시대 유리는 응원봉을 인증하면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선결제했다.
이 외에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영화감독 박찬욱, 한국사 강사인 황현필 등 유명인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선결제에 동참했다.
선결제 행렬이 이어지면서 한 눈에 결제된 식당을 확인하고 남은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위도 밥먹고' 같은 지도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이 선결제를 받아놓고 식사를 하러 온 집회참가자를 등한시했다는 씁쓸한 후기도 이어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결제 받은 사업장들에 대한 씁쓸한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됐다.
작성자 A씨는 “지금 여의도고 집회 가기 전에 김밥이나 먹고 갈까 해서 선결제 완료된 김밥집에 갔다”며 “내 앞에 이미 30명 정도가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 배달 주문이 계속 들어오더라. 선결제 주문건은 중간 중간 배달 주문에 계속 밀렸다. 45분 기다렸는데 앞에 5명 밖에 안 빠졌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이동한 다른 쿠키판매점에서도 “선결제 해주신 분 성함을 말하니까 '지금 안 돼요' 하더라. 모두 소진된 게 아니라 그냥 지금 너무 몰려서 안 된다고 하더라”며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OO 카페 여의도점. 선결제가 진짜 많았는데 하나씩 찾아서 선결제 남았냐고 물어봐야했다. 무조건 이름을 말해야만 한다더라. 거기 있던 사람들 다 사먹었다”고 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닉네임 두세개말하니까 못마땅하게 쳐다보더라. '그렇게 공짜로 먹고싶어요?'라고 해서 속상했다”고 전했다.
또한 선결제를 걸어 뒀다는 한 네티즌은 “유자차 30잔을 선결제 했는데 그날 한 잔도 안 나가서 환불해달라니까 재료 다 써서 안된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좋은 마음으로 했을 텐데 안타깝다”, “선결제한 사람들 증빙 요구해야 한다”, “저렇게 장사 할거면 선결제를 받지 말아야 한다”, “난 잘 먹었는데 정직하게 장사한 다른 자영업자들까지 피해 받으면 어떡하냐”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다. 국회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로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정지됐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이 운집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