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보유한 고유의 통치행위라며 수사와 탄핵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불거진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나 하야 요구 등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비상계엄은 통치 행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면서 “지난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는 야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공직자 탄핵 △특검 법안 발의 △간첩죄 조항 수정 반대 △검찰·경찰 내년도 특경비·특활비 예산 전액 삭감 △대왕고래 사업 예산 대거 삭감 등을 저질러 국정 마비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내란 당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저지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의 유죄 선고 탓에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야당 등의 탄핵 추진을 거짓 선동이라고 치부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野 “불법 계엄 자백…대국민 선전포고”
야당은 탄핵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 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다는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계엄 발동의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또 “이미 탄핵을 염두에 두고 헌재 변론 요지를 미리 낭독해 극우의 소요를 선동한 것”이라며 “나아가 관련자들의 증거 인멸을 공개 지령한 것이다. 윤석열에게 국가와 국회가 해야 할 조치는 질서있는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탄핵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여당은 계파별로 사뭇 입장이 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열린 의총(의원총회)에서 “(대통령 담화는) 반성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라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윤 대통령을 제명·출당 시키기 위한 윤리위 소집을 지시했다.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하는데 우리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반면에 친윤(친 윤석열)계로 평가되는 권성동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라며 “당론을 변경할건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총의를 모아보겠다. (탄핵 표결 참여 여부도) 의총을 통해 결정하겠다.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단일대오로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