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시동” 삼성디스플레이, 유리기판 기반 '마이크로 OLED' 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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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기판을 활용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 OLED는 1인치 안팎의 크기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 OLED는 그동안 실리콘 웨이퍼를 이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성·경제성을 고려해 유리기판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캠퍼스에 유리기판 기반 마이크로 OLED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A2 공장에 있는 5.5세대 4분할(쿼드컷) 생산설비를 개조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A2에는 5.5세대(1300×1500㎜) 크기 유리기판에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제조한 후 이 기판을 4장(650×750㎜)으로 분할, 유기물을 증착하는 라인이 갖춰져 있다. 리지드 OLED를 만들던 설비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개조해 마이크로 OLED를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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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IMID 2024에서 전시한 RGB 올레도스. (사진=김영호 기자)

그동안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추진돼왔다.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화소를 증착해 만드는 이 패널은 소니가 만들어 올해 출시된 애플 비전프로에 처음 상용화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 마이크로 OLED 경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로 떠올랐다. 올레도스 패널 원가가 700달러(약 100만원)로, 비전프로 전체 원가의 약 50%를 차지한 것이다.

비전프로는 소비자 가격이 수백만원을 넘으면서 애플이 선보인 신개념 기기라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부진했다.

비전프로와 같은 XR 기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가격, 즉 마이크로 OLED 생산단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실리콘 웨이퍼 대신 유리기판으로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리는 OLED 제조에 오랫동안 쓰였다. 실리콘보다 구하기 쉽고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리콘 기반인 올레도스는 초미세 공정을 위해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해야 해 제조 비용도 비싸다. 유리기판을 이용하면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 돼 신규 투자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단, 유리에 증착을 할 경우 웨이퍼를 활용할 때보다 해상도(PPI)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5.5세대 4분할 증착기를 비롯해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면서 “마이크로 OLED에 적합하도록 기존 증착기를 개조하고, 고해상도에 맞는 새로운 검사장비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사들과 이와 같은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발주는 내년 말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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