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면세업계가 연말 대목을 앞두고 불안해진 정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방한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관광 수요가 줄어들 경우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관광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 시즌이라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아직까지는 호텔·면세업계에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 연말 시즌 호텔 객실 예약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거나 면세점 단체 관광이 취소된 경우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 관광에 대한 신뢰도가 깎이면서 중장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영국·이스라엘 등 해외 각국에서는 한국에 대해 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VIP 인사들의 방한 일정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내국인 여행객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호텔의 경우 12월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대목 시즌인 만큼 걱정이 크다. 이미 예약이 가득찬 상태지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될 경우 성수기 장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외국인 투숙률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명동·광화문·마포 지역 호텔은 더욱 예민하게 사태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3일 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비상 계엄에 대한 프론트 문의가 쏟아져 별도 안내를 진행한 호텔도 있다”며 “다행히도 취소 물량은 아직까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경우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평택항으로 방한하는 저가 단체 관광 규모는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정세 불안 이슈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던 발길도 끊길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별관광객(FIT)이나 인센티브 관광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면세점과 함께 관광 상품을 기획하는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정상화 시기를 내년 2월로 내다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마이스팀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외부의 전쟁 위협 이슈보다 내부의 정세 불안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향후 일반 단체 관광객 일정은 많이 연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환율도 면세업계 위기감을 고조 시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면서 1400원대를 줄곧 상회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면세점 상품 매입 부담이 커질 뿐더러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악의 불황을 견디고 있는 면세업계에게 더 큰 시련이 예고된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큰 변화는 없지만 이미 중국 내수부진, 고환율로 이중고를 겪는 면세업계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한국 여행에 대한 외국인 고객의 불신과 우려가 커질까 걱정하고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