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23〉스마트폰과 무통 채혈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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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트로의 레이저 채혈기(왼쪽)과 카카오의 CGM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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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삶의 질과 문명의 이기(利器)로 사용되어야 하는 정보기술(IT). 언제부터인가 역기능만 부각하는 느낌이다. 판서로 반을 때운 수업이 디지털화로 파워포인트로 대체되면 교사·학생이 더 느긋해져야 할 터인데 100% 팍팍하게 채우라고 한다. 디지털로 사기를 치는 보이스피싱 문자는 인내의 한도를 넘어섰고 딥페이크 음란물이 음지를 채우고 있다.

최근 필자의 관심은 IT가 인간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제(DTx:Digital Therapeutics)다. 이는 건강 증진과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SW)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자는 자신의 행동·증상에 따른 '근거 기반 치료(EBT:Evidence-Based Treatments)'가 가능하다. 약물 복용과 달리 부작용이 없고 진료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24시간 모니터와 데이터의 기록·관리가 가능하다.

2010년 미국의 웰닥(Welldoc)이 잘못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 관리 모바일 앱 '블루스타'를 시판한 것이 출발점이다.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5억2900만 명(2021년 기준)으로 성인 인구의 10%를 넘어섰다. 비만·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형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처럼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는 패치를 몸에 붙여 식사·운동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할 수 있어 평소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파스타'(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단, 고가의 센서 패치를 10일~2주 간격으로 교체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며 혈당을 간질액으로 간접 측정하기에 정확도는 떨어진다. 미 식품의약처(FDA)가 애플·삼성전자 등의 CGM이 장착된 스마트워치·링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이다.

혈당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 하기 위해서는 바늘로 채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번 느끼는 통증과 공포감, 2차 감염 가능성에 더해 폐기로 인한 환경 오염이 문제다. 해법 중 하나가 레이저 기술이다. 물 투과 속성을 지닌 레이저를, 70% 물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에 최적화시키면 고통을 최소화하는 '무통(無痛) 채혈'이 가능해진다. 최근 FDA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간 의료벤처기업 '엠비트로(MVITRO)'가 대표적이다. 당사 대표는 세계지식포럼에서 '고통을 없애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안녕의 추구가 곧 행복의 출발점이다'라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고효율화·출력에 초점을 맞추어 왔던 일반적인 레이저 연구와 달리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약하게 하는 광학기술의 실현은 오랜 경험 축적 없이는 불가능하다. 분석 데이터를 앱에 저장하면 지속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해지고 군집 데이터는 인류의 당뇨병 대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통화를 위한 필수품을 넘어서 인간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문장이 되길 기대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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