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기업들은 AI 도입이 늦어지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까 두려워 서둘러 AI 조직을 신설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AI를 피상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직전의 트렌드였던 빅데이터와 별개로 인식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조찬모임에서 저명한 대학교수의 강의를 듣거나, 매체에서 쏟아지는 경쟁사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는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라면 누구나 'AI 시대에 우리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 라는 근심에 잠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CEO는 경영진과 실무자를 재촉해 당시 가장 주목 받는 기술을 전공한 인재를 기술임원으로 영입하고, 조직을 꾸린다.
최근 딥러닝의 발전으로 가장 각광받은 기술이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NLP)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었기에 기업들은 이들 전공자를 중심으로 AI 조직을 구성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AI 조직을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CRM)나 추천 시스템,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전공자 중심으로 구성된 데이터 조직과 별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이러한 접근방식이 바람직한가? 이렇게 하면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AI는 기업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핵심 기술이고, 데이터는 이를 위한 핵심 소재이기에 이 둘을 별개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AI와 데이터 모두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수단임을 인지해야 한다.
AI를 둘러싼 접근법은 크게 기호주의(symbolism)와 연결주의(connectionism)로 구성된다. 한편,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의 접근법은 크게 통계 학습(statistical learning)과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으로 구분된다.
통계 학습이 기호주의의 한 형태이고, 기계 학습이 연결주의의 대표적인 접근법임을 감안할 때 AI와 데이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존재다. 즉,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특히, 통섭(統攝:consilience)의 사고에 기반한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ity)를 진행하기 위해선 더욱 그러하다.
특히, 조직 관점에서 AI와 데이터를 따로 떼내어 구성하고, 관리해서는 안된다. 중복 투자로 인해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AI와 데이터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이해하는 인재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을 총괄하는 임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물류 최적화와 추천 시스템을 통해 국내 1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우뚝 선 쿠팡의 사례를 살펴보자. 쿠팡은 물류 최적화에 기반한 로켓 배송과 추천 시스템을 활용한 개인화된 서비스로 높은 고객 만족도를 자랑한다. 쿠팡은 어떤 유통기업보다 고객을 잘 알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정확하게 배송한다. 여기엔 AI와 데이터를 하나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CEO의 결단이 자리잡고 있다.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클릭, 구매 기록에 대한 로그 분석을 통해 상품을 제안하던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콘텐츠 기반(content-based) 추천에서 장소, 날씨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한 상황인지형(context-aware) 추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AI와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할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생성형 AI 이후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최적화(optimization)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최적화 전문가들은 대부분 통계학, 컴퓨터공학에 학문적 기초를 두고 산업공학, 경영과학의 관점에서 데이터 과학을 접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즉, AI와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해야 최적화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챗GPT가 출시된 지 어언 2년이 흘렀다.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는 반면, 어설픈 접근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기업도 있다. 비즈니스 혁신의 도구로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AI와 데이터를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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