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동시통역 솔루션 '트랜스 토커'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지원 언어를 14개로 늘리고 온디바이스형 모델도 개발한다. 빅테크가 뛰어드는 AI 통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용(B2B) AI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이 올해 선보인 트랜스 토커는 양방향 동시통역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이다. 외국인과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텍스트로 전달한다.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부산교통공사, 영남대학교, 신한은행 등 총 8개 기업에서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코난테크놀로지와 함께 음성인식(STT), 자연어처리(NPU), 번역 엔진 기능을 적용했다. 내년부터 트랜스 토커 기술 고도화와 공급 확대에 나선다. 유통사,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 외국인과 대면 업무가 많은 사업장이 타깃이다.
보안상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려는 공공·금융기관 수요에 맞춰 구축형(온프레미스) 모델도 출시 예정이다. 온디바이스형 AI 통역 솔루션도 개발한다. 서버를 통하지 않아 AI 연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지원 대상 언어도 몽골어를 추가해 총 14개 언어를 지원할 계획이다.
SKT가 트랜스 토커 고도화에 나선 것은 인바운드 외국인 증가와 다국화에 따라 통역 서비스 수요가 높아진 영향이다. AI 통역 산업의 높은 성장세도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AI 통·번역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에서 2033년 135억달러로 연평균 22.3% 성장할 전망이다. 구글 등 빅테크가 선점한 AI 번역 시장과 달리 AI 통역은 아직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다. 발화 속도와 발음, 억양까지 분석해야 하는 만큼 보다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AI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온디바이스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에이닷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탑재했다. 에이닷이 개인용(B2C) 시장을 공략한다면 트랜스 토커는 B2B AI 서비스에 특화했다. 플리토 등 국내 스타트업도 AI 통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코파일럿에 통역 에이전트 기능을 추가했다. 회의 중 이용자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9개 언어로 통역한다. 사용자 어조까지 모사해 자연스러운 소통을 지원한다. 독일 딥엘도 최근 음성번역 '딥엘 보이스'로 AI 통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트랜스 토커가 글로벌 도약 핵심 도구로 자리잡도록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